이야기들을 위한 이야기(13)

모닥풀 옆에서 마르코 폴로에게 (2)고양이를 사랑한 거북이의 이야기

by 엽서시

마르코 폴로여. 들어보시오.

중국 금나라 황제의 궁궐 한 가운데에는 돌로 만든 정원이 있습니다. 중국의 이교도들은 그들의 황제만이 하늘의 뜻을 받든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황제만을 위해 오로지 황제만이 노닐 수 있는 정원을 가꾸었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옛 중국의 황제들은 더욱 오만하기 그지없었던 모양입니다. 전설 속의 한 황제는 하늘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듯이 사람들로 하여금 흙으로 사람들과 말을 빚게 하였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가 빚어 만든 진흙 병마의 수가 일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 모든 진흙 인형들은 모두 실제 사람의 키와 모습을 똑같이 빼닮았는데 그 얼굴과 복색이 일만 병마가 모두 달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진흙 병마들은 살아나지 않았고 실망한 황제는 인형을 만든 장인들을 모두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오늘날 까지 그 인형들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는 황제가 그 충실하고도 말없는 병사들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무덤 속까지 데려갔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금나라 황제의 궁궐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황제의 정원은 잿빛 돌로 깎아 만든 괴이한 석상들이 자리했고 정원의 한 가운데에는 널찍한 호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호수 안에는 거대한 거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은 거북이가 돌이나 다름없다고 믿었습니다. 당신 기독교도들이 빗물이 떨어져 개구리가 된다고 믿는 것처럼, 그들은 돌이 살아나 거북이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거북이는 장수의 상징이자 불멸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돌로 만든 자신의 호수에 그 거북이를 집어넣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 호수에 거북이를 넣었던 황제는 늙어 죽었습니다. 그 다음 황제였는지, 아니면 그 다음다음 황제의 이야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무튼 금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정원을 거닐 때까지 그 거북이는 여전히 호수 밑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거북이의 삶이 얼마나 지루했을지 상상해보십시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루한 시간동안 거북이는 그저 호수 밑바닥만을 헤매며 살아온 것입니다. 오, 들에 나가보십시오. 반짝이는 풀밭과 향그러운 나무 아래 앉아있으면서도 시골의 청년들은 턱을 괴고 앉아 한숨을 들이쉽니다.

‘아아, 지루하구나. 나는 언제나 이 곳에서 벗어날까.’

그들에 비하면 이 거북이가 겪어야 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일 겁니다. 거북이는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그 삶을 잘 견뎌내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거북이는 물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머리를 단단한 껍데기 바깥으로 꺼내 물 밖으로 길게 늘어 빼고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상한 소리였습니다.

아이가 우는 듯,

여인이 눈물을 찍어내며 교태를 부리는 듯,

비파의 현을 늘이는 듯,

한 소리이면서도

아이가 장난치는 듯,

여인이 옷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는 듯,

비파의 음이 떨리는 듯,

한 소리였습니다.

거북이는 알지 못하였으나 거북이의 소란에 이내 그 소리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그때쯤이면 그 소리는 다시 호수 바닥에 잠들어있는 거북이를 흔들어 깨우곤 했습니다. 어김없이 거북이는 물을 헤치며 호수 바깥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자 했지만 거북이가 내는 소리에 그 소리는 항상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다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소리가 들려야 할 때인데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거북이는 몸이 달았습니다. 그 소리가 들리고 나면 거북이는 물 속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물 밖으로 머리를 끄집어냈습니다. 그 소리가 들릴 시간이 다가올 때면 거북이는 안절부절 못한 채로 호수 바닥을 기어 다녔습니다.

돌같이 단단한 껍데기 아래, 심장이 두근거리고 허파가 벌렁거리는 것을 거북이는 느꼈습니다. 피가 흐르고 말캉한 살이 움직인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하루 종일 그 소리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마르코 폴로여, 세상 온갖 곳을 다니며 온갖 소리를 들어본 당신이라면 그 소리가 고양이의 울음소리라는 것쯤은 이미 눈치 챘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고양이 울음소리가 그 소리에 낯익지 않은 사람들의 간장을 태우는 것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아,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은 고양이 소리에는 무감각할지 모릅니다. 기독교들이여. 당신들은 어떤 소리에 몸을 떨고 눈물을 흘리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지요. 우리 무슬림들이 보기에 당신들 기독교도들은 마치 돌과 같습니다. 당신들은 철로 만든 갑옷을 입고 오로지 당신들의 우상과 금화만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알라께서는 당신들에게도 심장을 주셨지요. 낙타 냄새가 진동하는 천막 안에서 당신들도 당신들 여자들을 그리워하면서 아직 아내의 손 냄새가 묻어있는 천에 코를 묻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북에게 고양이의 소리가 그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 고양이는 황제의 정원에서 정원사가 몰래 빼돌린 거북이의 밥을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외로운 늙은 정원사가 이 작은 고양이를 구해다가 황제의 정원에 풀어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거북과 마찬가지로 황제도 모르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로지 황제의 늙은 정원사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철이 없는 고양이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늙은 중국인의 손에서 잘게 썬 고기를 받아먹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북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그리워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랑하기 이르렀습니다. 이것을 남녀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머니와 떨어진 아이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사람이 신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거북은 수백 년을 살아온 황제의 호수를 벗어나기 위해 큰 몸집을 일으켜 발버둥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관리가 이 것을 보고 황제에게 일러바쳤습니다. 황제는 이를 좋지 못한 징조로 해석했습니다. 그 어떤 기록을 찾아봐도 그 거북이가 호수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는 기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황제는 몸소 정원에 나타나 어째서 거북이가 발버둥을 치는지 굽어보았습니다.

그때 운수 없게도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황제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황제는 그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거북이가 요동치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잔인한 미소를 띠며 정원사에게 말하길, 그 고양이를 죽여 거북이의 밥으로 던져 넣으라고 했습니다. 정원사는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거북은 알지 못했지만, 결국 그 작은 고양이를, 자신의 삶을 느끼게 했고 자신의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게 했던 그 유일한 것을 먹어버린 것입니다. 아, 그러나 거북은 결코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고양이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다시 거북은 음울한 침묵에 빠졌습니다. 거북이 미워진 정원사는 거북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먹이를 준다 해도 아마 거북은 더 이상 먹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거북의 살과 피가 다시 식었고 영혼이 돌처럼 굳어버린 까닭이었습니다.

아아, 가브리엘은 들으소서. 살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 위에서 이 거북처럼 변해버린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게 되는지요!

그러나 곧 금나라의 궁궐에 위대한 칸의 군사들이 말발굽을 몰아 들이 닥쳤습니다. 황제의 궁궐에 칸의 기병들이 들이 닥치자 놀란 황제는 비대한 몸을 일으켜 허둥지둥 정원으로 달아났습니다. 마침내 정원에도 기병들이 황제를 찾는 소리가 들리자, 황제는 초조했습니다. 그때 황제의 눈앞에 연잎이 가득 떠있는 호수가 보였습니다. 호수 밑에서 숨을 쉰다면 칸의 기병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단옷이 젖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황제는 호수에 들어갔습니다.

황제는 잊었던 것입니다. 호수에 잠들어있는 거대한 거북을.


"거북은 황제를 호수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거북은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침입자를 노려보았습니다. 순간 물결이 요동치며 거북의 거대한 턱이 황제의 발목을 물었습니다. 잠깐의 발버둥이 있고 거북은 황제를 호수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거북은 몰랐지만 거북은 그렇게 고양이의 복수를 한 셈이었습니다.

연잎이 흔들리는 것을 본 칸의 기병들이 소란스럽게 호수를 뒤졌습니다. 그들은 뚱뚱한 황제의 시체와 그 발목을 단단히 물고 있는 거북을 보았습니다. 위대한 칸은 거북의 공로를 치하하며 그 거북을 다시 강으로 풀어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 거북을 보고 칸이 금나라의 남은 정신을 말려 죽이기 위해 거북을 놓아준 것이라고 숙덕거렸습니다. 거북이 강가에서 말라죽고 말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그런 소문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제 귀에 들어왔고 마침내 이렇게 마르코 폴로, 당신의 귀에도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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