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산짐승 하나 죽는다

by 엽서시

상처가 컸다

생각보다 더,

생각보다 더…


삐걱거리던 고통이

이제는 등허리에 쑤셔박혀

오늘은 한낮거리 등짐도 못하고

모로 기대 눕는다, 헐떡댄다


상처를 핥아줄 동료 짐승이 어디 있는가,

알아둔 삼 뿌리 괸 자리라도 어디 있는가,

들숨은 유난히 찬데

날숨은 또 왜 이리 더운가,


어깨 밑으로 뚝 떨어진 모가지

에 떠오르는 죄다 쓸데없는 것들뿐


산짐승 하나 이렇게 죽는다


얄궂게 떠오르는 건

―아가, 짐승 묻힌 자리에는 쑥이 유난히 짙단다.

하시던 오래된 말씀


아아, 할매야,

나 이렇게 쑥그림자가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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