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놓쳐버린 새가 한 망태기다,
내가 허투루 쏘아버린 총알이
한 바구니를 채우고도 흐른다,
가늠자 위로 보이는 것들은 다 쏘아 떨어뜨릴 것만 같더니
망태기는
가볍기만 하다,
헛헛하기만 하다
둘러멘 엽총만이 무겁다
오는 장날에는 이 총을 내다 팔어야지
총을 팔고는,
그래, 도끼를 사자,
산에 가득가득한 것이 나무 아니냐
―나무에는 임자가 없다더냐, 산지기 놈이 청맹과니라더냐…
그러면 괭이를 사자,
나도 인제는 흙이나 파먹으며 살자꾸나
―파먹을 흙이 있다더냐, 어디 맡겨놓은 밭마지기라도 있더냐…
그루터기에 앉아 날을 다 보낸다
석양이 스민다
망태기 하나 가득한 새 그림자
저 산으로 날개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