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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서시 Jul 10. 2023

오늘 하루

오늘은 까치더러 내 집을 지키게 하자

사무실의 내 자리에는 누런 고양이가 대신 전화를 받게 하자


그러면 오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공원 농구대의 그림자가 되어 몸을 늘이고 낮잠을 잘 수 있다

개천에 사는 갈겨니가 되어 아이의 종아리를 물풀인 양 건드리고 달아날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저 여름을 끓여대는 매암이의 발톱이 되어 그늘에 매달릴 것인가

주차장에 바퀴가 다 주저앉은 자동차가 되어 늙은 허리를 볕에 덥힐 것인가


이 더위가 싫거든

북쪽으로

북쪽으로

산맥과 산맥을 넘다

어느 골짜기에 주저앉는 바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이 가고 나면

나는 다시 되어야 한다,

오늘 하루동안 되지 않았던

내가 다시 되어야 한다


오늘 하루 수고한 까치 한 마리가

개 짖는 소리를 흉내내며 퇴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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