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까치더러 내 집을 지키게 하자
사무실의 내 자리에는 누런 고양이가 대신 전화를 받게 하자
그러면 오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공원 농구대의 그림자가 되어 몸을 늘이고 낮잠을 잘 수 있다
개천에 사는 갈겨니가 되어 아이의 종아리를 물풀인 양 건드리고 달아날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저 여름을 끓여대는 매암이의 발톱이 되어 그늘에 매달릴 것인가
주차장에 바퀴가 다 주저앉은 자동차가 되어 늙은 허리를 볕에 덥힐 것인가
이 더위가 싫거든
북쪽으로
북쪽으로
산맥과 산맥을 넘다
어느 골짜기에 주저앉는 바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이 가고 나면
나는 다시 되어야 한다,
오늘 하루동안 되지 않았던
내가 다시 되어야 한다
오늘 하루 수고한 까치 한 마리가
개 짖는 소리를 흉내내며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