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 쓰고 GPT가 그리다
시인은 부르주아가 되었으니,
시는 액세서리구나.
이제 시는 개똥 위를 뒹굴지 않는다.
비 마른 날 죽어있는 지렁이 곁을 지키지 않는다.
편의점 앞 테이블 종이컵에 담긴 미지근한 소주를 마시지 않는다.
속을 게워내는 슬픔 곁에서 헛구역질을 참지 않는다.
땀내 쌓인 쿨냉조끼에 제 땀 냄새를 더하지 않는다.
흙이 묻지도 비에 젖지도 않는다.
국밥을 먹지도 담배를 피지도 않는다.
지하철은 타지 않는다.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큰 길가에 있는 카페로 간다.
예약자 명단에서 제 필명을 확인하고,
커피 냄새 가득한 공기가 내려앉은 원목 테이블 위,
비스와바 심볼스키, 에밀리 디킨슨 등의 시집,
하하, 호호, 음, 그렇군요, 정말!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가수가 웅얼거리는 노래에 맞춰
와인 냄새 담긴 감상을 나누고,
시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마룻바닥이 깔린 고층 아파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