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는 그대의 두붓국을 생각한다

by 엽서시

그대도 두붓국을 끓일테지.

어린 아이가 마주앉아

수저에 얹힌 두부가 먹기 싫다,

갖은 투정을 할테요.

그대도 이 지하철에 가득한 이,

아니, 또 다른

아주머니가 되어

어느날 머리를 지지고 나와

배춧값을 걱정하고 두붓값을 걱정하며

살짝 나오기시작하는 뱃살을 끌어당길테지.

또,

조금 늦는다는 남편의 말을 걱정하고

이번달의 월세전깃세와 수도세

이제 결혼한다는 동생의 섣부른 말과

온갖 이 세상의 일들을 걱정하다가

수저를 가지고 이내 장난질을 하는 아이의

손등을 살짝 내려치고는

어쩌면 그대는 생각할지모른다.

우리의 희끄무레하던 시절,

사랑하기에 어리고 좋아하기에 자라있던

그 뿌옇고 뭉클하고 따끈한 것을 생각하다

실웃음을 짓고

이제 그대는 아이에게 마저 두부를 떠먹일테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나는 또 추억하네.

이 지하철이 향하는 그 어딘가

너의 집이 있고,

네가 두붓국을 끓이는 부엌이 있고

네가 끓여주는 두부를 먹고 자랄 아이와

네가 마주앉을 조박만한 상이 있고,

이렇게 날이 쌀쌀해오는 때면

다시 그대는 두붓국을 끓일테지.

매거진의 이전글그놈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