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는 그대의 두붓국을 생각한다
그대도 두붓국을 끓일테지.
어린 아이가 마주앉아
수저에 얹힌 두부가 먹기 싫다,
갖은 투정을 할테요.
그대도 이 지하철에 가득한 이,
아니, 또 다른
아주머니가 되어
어느날 머리를 지지고 나와
배춧값을 걱정하고 두붓값을 걱정하며
살짝 나오기시작하는 뱃살을 끌어당길테지.
또,
조금 늦는다는 남편의 말을 걱정하고
이번달의 월세와 전깃세와 수도세
이제 결혼한다는 동생의 섣부른 말과
온갖 이 세상의 일들을 걱정하다가
수저를 가지고 이내 장난질을 하는 아이의
손등을 살짝 내려치고는
어쩌면 그대는 생각할지모른다.
우리의 희끄무레하던 시절,
사랑하기에 어리고 좋아하기에 자라있던
그 뿌옇고 뭉클하고 따끈한 것을 생각하다
실웃음을 짓고
이제 그대는 아이에게 마저 두부를 떠먹일테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나는 또 추억하네.
이 지하철이 향하는 그 어딘가
너의 집이 있고,
네가 두붓국을 끓이는 부엌이 있고
네가 끓여주는 두부를 먹고 자랄 아이와
네가 마주앉을 조박만한 상이 있고,
이렇게 날이 쌀쌀해오는 때면
다시 그대는 두붓국을 끓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