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 그대와 함께 심었던 그 꽃씨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래도 뜰에는 잎사귀가 무성타.
낯설고 낯익은 꽃잎들에 손가락을 부비며
혹 이 꽃이 그 꽃이었는지,
가만 생각해본다.
떠오르지않을
떠오르면 안될 꽃씨를 생각하다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그만 슬퍼진다. 그래도 고개를 들면 뜰에 무성한 잎사귀가 붐빈다.
그대의 뜰도 이럴까. 그대도 어쩌면 가끔 그 꽃씨의 이름을, 흔적을 헤아릴까. 아니면 어느 고운 사내의 손을 잡고 흙을 갈아 다시 씨를 뿌리려나. 그리하여 우리가 이름도 잊어버린 그 이름모를 꽃도 거름이 되어있으려나. 힘차게 자라나는 꽃대궁 속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