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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그 많던 물맴이들은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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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고래는 아닌 줄 알았지만,

적어도 새끼고래는 되는 줄 알았지.

적어도 고래상어, 백상아리도 아니면 몸이라도 날랜 청새리 새끼는 되는 줄 알았어.

그도 아니더군.

나는 물벼룩만도 못한 플랑크톤이더라.

해류는 휙휙 바뀌고 너울은 더욱 일렁이는데

어느덧 내 눈에 고래는 커녕, 지느러미도 보이지 않더군.

떠밀려나면서도 이게 물살인지, 고래가 일으킨 물길인지도 알지 못하겠더군.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야.

나와 같이 있던 크릴새우, 짚신벌레, 물맴이들은 어디로가고,

나는 어느새 이 물보라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

왜 물은 더 깊어지고 짙어지는데

나만 흐려지고 작아지는 걸까.

또 다시 옆에서 물살인지 물길인지가 몰아치는데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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