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고래는 아닌 줄 알았지만,
적어도 새끼고래는 되는 줄 알았지.
적어도 고래상어, 백상아리도 아니면 몸이라도 날랜 청새리 새끼는 되는 줄 알았어.
그도 아니더군.
나는 물벼룩만도 못한 플랑크톤이더라.
해류는 휙휙 바뀌고 너울은 더욱 일렁이는데
어느덧 내 눈에 고래는 커녕, 지느러미도 보이지 않더군.
떠밀려나면서도 이게 물살인지, 고래가 일으킨 물길인지도 알지 못하겠더군.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야.
나와 같이 있던 크릴새우, 짚신벌레, 물맴이들은 어디로가고,
나는 어느새 이 물보라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
왜 물은 더 깊어지고 짙어지는데
나만 흐려지고 작아지는 걸까.
또 다시 옆에서 물살인지 물길인지가 몰아치는데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