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울지도 않는구나.
구르고 매달리고 주먹으로 땅을 치고
으르렁거리고 외치고 흐느끼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 더 축축한 망막에 서로의 모습을
한 줌 더 퍼담았다.
서로의 사이에 놓인 몇 걸음의 거리가
네 발꿈치 뒤 그림자에서 더 늘어난다.
그래도 돌아보는구나.
그때마다 나는 늘 그랬듯이,
조금 뒤늦게 손을 흔들어 우리의 거리를 조금 늦추어본다.
꺼이꺼이 땅을 차고 옷을 쥐어뜯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콧물을 흘리고 침을 흘리고 눈이 붉어지도록, 눈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색이 온 얼굴을 집어삼키도록 울어야하는 것을
우리는 한 소끔의 어색함으로 대신했다.
이제
나도 돌아서려는
이 믿어지지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울지도 않는구나.
아니,
울지도 못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