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윤정선씨를 위하여

by 엽서시
IMG_20151005_140907.jpg

내가 맨 처음 핸드폰을 사고 전화번호를 얻었을 때 그 번호는 윤정선씨의 지난 전화번호와 같았다. 윤정선씨는 사업을 하는 여성인데 벤츠를 몰았다. 내가 이런 것들을 어찌 아냐하면 내가 윤정선씨의 지난 전화번호를 얻은 그날부터 윤정선씨를 찾는 번호가 계속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에는 돈을 달라는 이와 미룬 이자를 달라는 이가 전화를 대었고, 어느 날은 술집 종업원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굽신 전화를 걸더니 가게 앞에 벤츠를 빼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하쇼, 나는 거드름 낀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 2.7초 동안 벤츠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윤정선씨의 부주의함을 용서했다. 윤정선씨에 대한 소식은 한동안 끊기다가 엊그저께인가 은행에서 문자가 하나 왔다. 윤정선님 법원압류로 은행 예금에 거래제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집으로 걷는 퇴근길에 나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얼굴도 모르는 그 윤정선씨를 생각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네가 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