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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전어 굽는 냄새 말이죠

by 엽서시

전어가 썩어나게 많이 잡혀서 땡전 한푼도 받지 못해 전어라든가, 아니 밭에다 거름으로나 주는 물고기라 밭전자, 전어라든가 부르는 곳이 서해안 태안이든가 아무튼 내지의 어느 마을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에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하는데, 그 어느 노인네를 모시던 청상과부가 서럽기도 하고 제 처지가 딱하기도 하여 도망을 갔다가 어느 날이든가 그래도 그 옛 어른이 생각나서 다시 집으로 왔드니 그 집에서 전어 굽는 냄새가 나드란다. 자기가 나갔는데도 전어에 밥 잘 차려먹는 처지가 고약스럽기도 하고 그 생선 굽는 냄새가 괜히 고약스럽기도 하여 몰래 부엌을 훔쳐다 보았드니 그 노인네가 시상에 밭에 버리든 그 전어를 주워다 구워 먹는 것을 보고 그 며느리가 엉엉 울며 돌아왔다 하든가요. 그 소식을 들은 내지사람들이 그래도 항구에 배를 부릴 때마다 그 노인네랑 며느리 몫을 조금씩 남겨 두었다든가 하는 얘기였거들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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