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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한우만 쓴다는, 어느 식당에서

by 엽서시

어느 식당에서, 우리 식당은 매일 어디 홍천이라든가 횡성이라든가 한우를 누른 놈으루다가 매일 한 마리씩이라든가 받아서 쓴다고 그 주인이라는 눔은, 카메라에다 그 소를 보여주는데 그 소는 눈이 붉어져서 그 붉은 것이 다 나오도록 불거져 있었는데, 나는 그 TV프로를 보다 말고 숟가락을 놓을 수밖에,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어떤 사장님을 떠올렸다. 툭 눈이 불거진 알바와 비정규직과 노동자가 섞인 생산대에서 보시라, 우리 근로자들은 얼마나 근면성실한 것인가, 아니, 어느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나가서 우리 국민들이란 얼마나 근면성실한 것이냐면서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치는데, 우리 학교 강당에는 아줌마들을 모아놓고 사진에는 눈이 툭 불거진 학생들이 야자를 하는 것을, 건초처럼 문제집을 꿀떡 넘기는 사진을 두고, 우리 학교 아이들은 육질이, 마블링이 1등급이랍니다, 모두가 환호를 하고 박수를 치는데 나는 어느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숟가락을 쥐었다. 천국에는 쇠고기가 없다고. 있다면 다 말라빠진 뼉다구만 있을 것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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