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는 것은 사는 일이다. 나는 백면서생 같은 이라 지하철을 타면 글을 읽고자 하고 그도 아니거든 사람들을 그려보려 애쓰고 때로는 군인이나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해보지만 출근길과 퇴근길의 전철은 내 자리를 지키는 일 외에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이들은 먹고 사는 일터로 가고자하거나 또는 그 일터로 가는 길을 쌓기 위해 이 지하철을 탔고 그렇기에 이 것은 사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앉기 위해 다투고 어떤 이는 짐을 지키기 위해 다투고 또 어느 이는 늦지 않기 위해, 그저 지하철에 몸을 싣는 것만을 목적으로 지렛대처럼 사람들과 지하철 문 사이로 제 몸을 밀어넣는다. 그러나 그러한 짓은 또 그 다음날이면 반복될 것이기에 그는 가장 처량한 시지프스와 같으며 또 그런 그를 보며 눈쌀을 찡그리는 우리는 지옥의 또 어떤 사물들과 같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편히 가는 일은 나의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평보다 묵묵히 몸을 지하철에 싣는 것으로 대답한다.
그럼에도 나는 지하철을 타는 일을 꺼리지 않는다. 물론 그럴만한 여유도 자격도 없거니와 이 것은 내가 먹고 살기 위한 일터로 가기 전 나를 일깨우는 하나의 장소다. 나는 오늘도 글을 읽어보자 또는 다른 무엇을 해보고자 하다 실패한다. 그리고 그저 앞사람의 뒤통수와 옆사람의 얼굴을 보며 나의 목적지까지 참는 것이다. 엑셀도 브레이크도 없고 나를 붙잡는 이도 격려하는 이도 없는 이 곳은 담백하디 담백한 한 그릇의 솔직한 국과 같다. 내가 숨을 쉬는 일 외에 사는 일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