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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생일날 문득 드는 생각이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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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최초의 축제는 여자에서 비롯했으리라. 어느날 한 무리의 원시인들이 동굴에 나와 오래 돌아오지 않던 이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하며 가진 것을 함께 모아 나누었을 것이다. 그러자고 한 것은 그들의 어미였을 것이다. 말이라고 하기도 무엇한 소리로 끅끅 기쁨을 토하며 어미는 자식들의 얼굴을 만져 보았을 것이다.

언젠가, 한 늙은 어미가 제 손주나 아들에게 일러주었을 것이다. 네가 태어난 그 지극하던 날에도 이렇게 바람이 모질었다. 꽃이 피어 향그러웠니라. 달이 참으로 누랬더니라. 그러면 그 아이와 손주도 둥근 눈으로 물었을 것이다. 오무니, 그럼 오무니는 언제 태어났니껴. 어미도 나처럼 바람이 모진 날 태어났니껴. 꽃이 향그러운 날 태어났니껴. 달이 박꽃처럼 누런 날 태어났니껴. 그랬을 것이다. 이 어미는 네가 태어난 날 태어났니라. 그 검은 털을 고르며 어미는 고개를 주억거렸으리라. 보다 굵은 도토리와 콩알을 쥐어주었으리라. 가장 작은 축제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남자가, 제사장이, 왕의 칼이, 돈이 축제를 먹어치우기 전 소박한 기쁨은 어미와 자식과 그 손주들의 것이었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생각하나니,

이 지극한 날은 아마 내 어미에게 바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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