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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나 혼자 살다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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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과도 같다.

혼자 사랑하는 일은

혼자 살아가는 일과 같아

잎을 피우고 줄기가 흔들리고 다문다문 꽃을 피우는 것도 나 혼자 하는 일이다. 벌거지도 나비도 꽃벌도 필요없다는 일을 깨닫는데 늦지 않다. 언젠가 벌판을 돌아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는 것이다.

아, 참말 나는 혼자구나.

너도 얘도 저 녀석도 고 놈도 같이 사는데, 같이 살려고 하는데 나는 혼자구나. 요 앙 벌어진 땅에 나 혼자 흙을 부여잡고 사는구나.

잡풀처럼 사는 일은,

혼자 길을 걷다가

아스팔트에 끼인 듯 다문다문 잎을 핀 잡초를 보다가 신호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

빵빵 거리는 미친놈 때문에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다 아는 것이다.

그렇구나.

사는구나.

나 혼자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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