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9번의 일>, 한겨레출판, 2019.10.10
왜 이리 버텨서 더 젊은 사람이 퇴사할 수밖에 없이 만드세요? 자기 일만 하지 왜 남의 일까지 넘보고 그러세요? 왜 하지도 못하는 일을 잘하려 해서 자신을 괴롭힙니까? 왜 퇴사 권유를 자꾸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세요? 저도 죽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일을 지속하기 위해 바라지고 않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버리는지 깨닫게 될 거였다. (......) 혼자 힘으로는 결코 부서뜨리거나 망가뜨릴 수 없는 철과 쇠로 무장한 거대한 구조물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몸을 숨기듯 언급했던 회사라는 것의 실체가 마침내 눈앞에 드러난 것 같았다. 그래 너로구나. 너였구나. p252
사람을 온전히 담을 만큼 큰 직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