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 차] 행복해야만 한다고 하니 삶이 불편한 건지도...
보장된 미래는 없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어느 펀드에나 붙어있는 경고처럼 어떤 것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안정’이라 불리는 미지의 물건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위험이 적고 수익률은 높은 펀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펀드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이런 펀드를 찾는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추천하면 위험하다고 걱정을 하고 위험이 없는 원리금보장상품을 추천하면 수익률이 낮다고 안된다고 한다. 항상 수익은 높고 위험은 없는 상품을 찾는다. 그러나 그런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부를 조금 더 잘하면 안정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라고 한다. '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다'라고 한다. 그러니 '연애도 하지 말고 게임도 하지 말고 만화책도 읽지 말고 일단 공부를 하라'라고 한다.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간다.'
'좋은 대학을 가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다.'
'그럼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난 이 논리가 꽤 탄탄하다고 생각했다. 난 설득당했고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다. 그렇게 믿는다. 어쨌든 공부를 꽤 열심히 했고 꽤 안정적인 직장을 구했다. 그리고 예쁜 여자와 결혼했다.
생각보다 쉽게 취업에 성공했다. 주변에서 대단하다며 치켜세워 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 부모님이 좋아하셨고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뿌듯하고 대견했다. 친구, 후배, 선배에게 술도 많이 샀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안정적인’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무엇으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가? 무엇이 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꼭 행복해야만 하는 걸까? 난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처럼 살면 되는 걸까? 정말 난 안정적인 걸까? 안정은 뭘까? 행복은 뭘까? 안정적이면 행복한 걸까?
『계약우정』이라는 '다음 웹툰'에서 안정과 행복에 대해 한 고등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래라는 것은 단 1초도 보장할 수 없단 걸 알면서도 우리는 행복과 안정을 찾고자 끊임없이 움직이지. 어쩌면 안정이란 건 끊임없이 움직이며 희망을 품는 마음이고 행복은 그 굴레에서 아주 잠깐씩 일어나는 변칙성인 것 같아. 행복하기 위해서 살라고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온갖 사람들은 떠들지만 정작 굳이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정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어른’은 한 명도 없지.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포용, 관용, 실용이 늘어가는 것이 아닌 오만, 오판, 오해만이 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성인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고서, 어른이라고 착각하며, 너에게 행복하라고 말하겠지. 네가 그 과정들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사는 것이 맞아. 하지만 네가 그것들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너에게 남은 건 수많은 불편한 진실들 뿐이라고 난 확신해.
권라드, 『계약우정』, <다음웹툰>
행복이 잠깐씩 일어나는 변칙성이라면, 행복을 위해 '안정을 찾는 노력'을 쏟기엔 아깝다. 그 안정을 위해 공부를 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거라면 우울하다. 삶이라는 길에서 가끔 만나는 '꽃'이 '행복'이라면 굳이 꽃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냥 살다 보면 가끔 행복을 만나는 건 아닐까.
돈을 좇으면 돈과 멀어진다고들 한다. 행복도 그럴 수 있다.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삶이 불편해진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행복한 순간보다 더 많을 텐데,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힘들어진다.
곰돌이 푸의 책이나,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책, 보노보노가 상담을 해주는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 힘든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편안해 지기 위해 푸를 찾고, 심리 상담을 받으며 떡볶이를 먹는다. 보노보노에게 까지 상담을 받으려 한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곪아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나만 힘든 건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너무 무언가를 찾으려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소풍 때 보물 찾기를 멈추면 비로소 내 눈에 보물이 보이는 것처럼 잠시 멈추어 보려고 한다. 행복하지 않을 권리를 잠시 누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