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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an 15. 2021

코로나 19를 이기는 아보카도 샌드위치

요리는 즐겁다. 누군가를 위해 하는 요리는 특히 더 즐겁다. 그 대상이 맛있게 먹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전문 요리사가 아닌 이상 내 요리를 맛 보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터였다.


아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신혼 시절 그녀가 끓여주었던 된장찌게는 심심하고 맛있었다. 초콜릿 맛이 나던 동태찌게는 강렬했다. 함께 삶았던 소고기는 질겼지만 질리진 않았다. 한살림에 자주 갔다. 유기농 채소들을 사고 나물을 무쳤다. 아이들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 지 고민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그녀에게 요리는 이제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코로나 19는 아이들을 집에만 있게 만들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은 항상 밥을 원한다. 그것도 맛있는 밥을. 아내는 그런 아이들에 밥을 해다 바쳐야 한다. 주는 대로 잘 먹으면 좋을텐데...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물론 집에만 있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맞벌이 가정이 아니라면 가정 보육을 권장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린이 집을 보내는 엄마들도 주변에 많다. 그 엄마들은 아내에게 코로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도대체 찐이는 어린이 집에 언제 보낼 거냐고 다그친다.


맞벌이가 아니라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고 했던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내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왜 정부의 지침대로 보내지 않는 우리 집이 이상한 집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 우리가 유별나게 말을 잘 듣는 건가? 그래서 이상한건가?


왜 아이 교육을 이렇게 하냐, 지금이 아니면 늦으니 박차를 가해야 한다, 코로나는 신경도 쓰지 말고 어린이집 보내라, 난 지금도 매일 간다, 찐이는 이게 안 돼서 큰일이다, 아이가 이런데 일반 학교를 어떻게 보내느냐, 가서도 정말 큰일이다, 그러게 내가 특수학교 알아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찐이와 같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찐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이 아내를 향해 이런 말들을 쏘아댄다.


이런 집중 포화 속에서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3번 밥을 해야 한다. 주는 대로 잘 먹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종알종알 말도 많고 투정도 하다. 주말 만이라도 요리의 집중 포화에서만큼은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일주일 전에 아보카도를 몇 개 사뒀다. 하나에 980원이었다.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980원. 싸 보였다. 6개 정도 사 두었다.


아보카도를 처음 먹어본 건 2006년 밴쿠버에서다. 1년 정도 어학연수를 갔었다. 기숙사, 작은 아버지 댁, 홈스테이를 전전하다 일본인 형을 만났다. 이름은 '나오키'. 이메일 주소는 Neokey@*****.com이었다.


그 형은 음악이 시끄러우니 좀 줄여줄래,라는 말을 내가 어제 들었던 노래로 대신하거나, 오락하는 소리가 너무 크니 줄여줘,라는 말을 너 오락 좋아하니?  라고 말하는 형이었다. 20대였던 나는 그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오~ 너도 그 노래 좋아하니? 대박! 나도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거나, 오락 뭐..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닌데 가끔 해,라고 답변하곤했다.

(적어보면 뭔가 의뭉스럽게 느껴지나, 그렇진 않았다. 좋은 형이었다. 그냥 일본인에게 있는 디폴트 화법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언젠가 나오키 형은 나에게 이상하게 생긴 과일을 보여주었다. 과육을 으깨 마요네즈와 간장에 섞어서 나에게 밥반찬으로 주었다. 매우 맛있었다. 기름지면서 고소하고 마요네즈와 간장이 섞이면서 시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이 맛이 떠올랐다. 샌드위치에 이렇게 넣어 먹어도 맛있을 듯 하다. 마요네즈와 간장을 섞은 소스와 아보카도를 넣은 샌드위치라. 근사하다.


먼저 아보카도를 손질한다. 유튜브에 보면 어떻게 까는지 나와 있지만 난 그냥 해본다. 중간에 탁구공처럼 생긴 씨가 박혀있다. 아보카도를 눕혀놓고 한 바퀴 돌려 칼집을 낸다. 양손으로 잡고 살짝 비틀면 반으로 갈라진다. 탁구공 씨를 칼로 살짝 드러내면 깔끔하게 반으로 가를 수 있다. 그리곤 숟가락으로 껍질 가장 가까운 부분을 빙 둘러서 퍼내면 과육과 껍질이 깔금하게 분리된다.


아보카도 2개를 손질해서 그릇에 담는다. 간장 1스푼과 마요네즈 4스푼을 넣는다. 설탕 혹은 시럽을 한 스푼 넣고 섞어주면 멋진 잼이 완성된다. 아보카도는 식물성 버터라고 보면 된다. 향긋한 버터라고나 할까. 포만감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으로도 좋다. 칼로리가 높지만 버터를 저만큼 먹는 것보다는 낫다. 아! 후추를 조금 넣자. 아보카도에서 나는 아주 약간의 비린 맛? 풋내? 를 잡아줄 수 있다.


아보카도를 다 으깼으면 빵을 구워준다. 잘 구운 빵에 아보카도를 두껍게 바른다. 얇게 바르면 맛이 살지 않는다. 역시 아보카도가 입안 가득 묵직하게 퍼지며 빵과 함께 어우러지는 게 좋다. 그 위에 토마토를 얇게 썰어 올린다. 치즈를 기호에 따라 1~2장 넣고 양상추를 얹는다. 빵을 덮고 꾹 누른다. 아보카도를 바를 때 빵 외곽 약 1~2cm 정도를 남긴다. 그래야 빵을 꾹 눌렀을 때 아보카도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물론 먹을 때 아보카도를 다 흘리게 되지만 말이다.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내에게 가져갔다. 한  베어 물더니 엄지 두 개를 펴고 날 쳐다봤다. 아내는 내 음식에 칭찬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칭찬해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내가 꼴 보기 싫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샌드위치에는 엄지 2개를 날렸다.

아보카도는 여러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지만 탄수화물은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이다. 뇌 건강에 좋고, 면역력에도 좋다. 해독작용을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오늘 아보카도를 또 사 왔다. 아직 안 익었으니 주말에나 한 번 더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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