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우리 찐이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찐이 아빠입니다. 어제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얼마나 믿음을 주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잘 대응하고 대처해서 열심히 지내봐요 우리!'라는 말이 이리 힘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찐이는 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 아이입니다. 유산슬, 장범준, 영탁을 좋아해요. 사랑의 재개발, 찐이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춤을 잘 춥니다(춤을 모르는 분은 그냥 추는 줄 아는데... 아닙니다. 정말 그대로 춰요). 기타를 매고 장범준 흉내를 내기도 하고요. 요새는 똘똘이(애니매이션)에 푹 빠져서 가끔 자신이 똘똘이가 되기도 합니다. 오프닝 노래와 춤을 하루에 20번도 넘게 부르고 춥니다.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어린이 집 친구들 사진을 앞에서 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친구들 사진을 앞에 놓고 춤을 추는 이유는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놀라지 마세요. 찐이는 어린이 집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답니다. 정말 주의 깊게 집중해서 들어야 누군지 겨우 알아맞힐 수 있어요(사실... 친구들 이름을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맞출 수 없긴 해요 ^^;).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팔을 쓰다듬거나, 잠시 껴안기도 합니다. 친구들은 그런 찐이를 썩 좋아하지는 않더군요. 가끔 친구들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면 집에 와서 속상하다고 말하며 울기도 합니다. 놀이터에 나가도 동생, 친구, 형아들과 함께 놀고 싶어 기웃거리곤 합니다. 함께 노는 방법을 잘 몰라 흥분하거나 크게 웃으면 이상한 눈으로 찐이를 쳐다보기도 하죠.
놀잇감이 있으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제가 개입해서 중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분하게 잘 이야기하면 요새는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이해하곤 합니다. 가끔 빌려주는 착한 아이나 부모를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찐이도요. 아주 작은 호의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말은 점점 늘고 있어요. 요새는 "속상해, 미안, 하지 마, 싫어, 아니야, 안녕, 빠이, 줘, 주세요"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음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요. 그 외에도 네, 비행기, 기차, 오토바이, 차, 풍선, 문어, 새, 개미 등의 쉬운 단어들은 말할 수 있답니다.
웬만한 말은 거의 다 알아듣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말로 표현하는 건 잘 안되더라고요. 찐이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해요. 상황을,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머릿속에는 오늘 어린이 집에서 있었던 장면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 일 때문에 내가 어떤 감정인지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말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아내도 짠하고 찐이가 안쓰럽습니다. 물론 찐이가 제일 속상하고, 답답하겠죠.
좋아하는 노래는 서툴지만 따라 부르려 노력합니다. 누나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여자)아이들의 '덤디덤디'나 '화'를 따라 부르죠. 노래를 알고들어도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그 모습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릅니다. 갑자기 아무 맥락 없이 피식 웃을 때가 있는데, 찐이의 노래 따라 부르는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대변을 봅니다. 소변도 잘 가립니다. 소변이 마려우면 "쉬~"라고 큰 소리로 말해요. 주변 사람들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는데 화장실에 데려다주면 스스로 처리합니다. 저희가 워낙 빠르게 잘 대처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 2년 사이 바지에 실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가끔 과도하게 흥분하며 웃는 경우가 2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뒤에 서있거나 자신을 부를 때인 듯해요. 제가 씻기려고 화장실에 찐이와 함께 들어간 후 화장실 밖에서 엄마가 부르면 과도하게 흥분하며 웃곤 합니다. 어린이 집에서도 가끔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하네요. 차분하게 괜찮다고 말해주면 흥분이 가라앉곤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혼내면 더 흥분하거나 아이가 놀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두 번째는 뒤에서 누가 쫒아오는 경우입니다. 놀이터에서 누군가 쫒아오면 가끔 크게 웃으며 주저앉곤 해요. 이상한 건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 그 좋은 자극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감당해 내지 못하는 듯합니다.
찐이의 이런 흥분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당연한 거죠. 다른 아이들보다 더 큰 자극이 들어올 뿐이에요. 같은 자극도 더 크게 받아들여질 뿐인 거죠. 비장애 아이들에게 그냥 뒤에 서 있는 거지만 찐이에겐 그게 뒤에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그럼 당연히 배를 잡고 웃지 않겠어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거지만 그 소리가 자동차 경적 소리 처럼 크게 들릴지도 몰라요. 그럼 놀라고 흥분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입학 전에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선생님 두 분(원반 선생님, 도움반 선생님)과 면담을 할 수 있었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편지를 드리고 싶었지만 찐이와 생활해 보기도 전에 어떠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는 주변의 말에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되어 버렸네요.
면담을 하며 '찐이가 우리 반이라 정말 행복하네요.'라는 말을 하셨을 때 행복했습니다. 찐이의 모습을 보며 '정말 사랑스럽다'라고 중얼거리시는 모습에서도 진심이 느껴져서 행복했습니다. 면담이 거의 끝나갈 즈음 '찐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일 뿐이다.', '지역사회가 보듬어 품고 가야 한다.'라고 말씀을 하셨죠. 선생님의 찐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어 안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찐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가 아닙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찐이는 조금 다른 성격과 지능, 예민함을 타고난 아이예요.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옆에 앉아 밥을 먹을 때나 왼손잡이용 운동기구가 많이 없어 따로 사야 한다거나 하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찐이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불편할 뿐입니다. 그 불편함도 사회의 인식이 점차 변하면서 조금씩 없어지고 있고요.
찐이가 수업 중에 불편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다른 아이들이 그럴 행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만 기다려주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픈 아이이기 때문에 이해해야한다'가 아닌, 찐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이제 3일 후면 찐이가 초등학교에 가네요. 아내도 저도 많이 불안해요.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며 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어제는 달을 보며 소원도 빌었습니다. 비록 이 편지를 부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전달할 날이 있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 찐이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