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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Apr 27. 2021

채식도 시작하고, 애쓰지 않기도 시작한다.

전범선,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한겨레

#내맘대로책읽기 #읽고 #뭐라도 #남기면 #남는다 #전범선 #해방촌의채식주의자 #한겨레

�이 책을 왜 읽었지?

2021년 1월,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소, 돼지, 닭고기를 끊었다. 채식에 대한 생각은 2~3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자기 전, '내일은 꼭 채식을 시작하자...'라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홍은전의 <그냥 사람>을 읽었고 드디어 결심했다. "나 오늘부터 소, 돼지, 닭고기 안 먹어!"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에 이어서 장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봤다. 경쟁이 우리를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내가 경쟁을 하는 이유,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이유가 기득권의 유도, 잘못된 교육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너무 애쓰며 살지 않는다"라는 결심을 했다.

브런치에서 전범선의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는 글을 봤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촛불집회 때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밴드<양반들>의 보컬이라는데, 전혀 몰랐다. 촛불 집회에 꽤나 관심이 있었고, 현장에 나갔음에도 몰랐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나와서 아이비 리그의 다트머스 대학을 들어가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했다. 콜롬비아 대학 로스쿨에 합격했으나 가지 않았다. 저자의 약력만 들어도 내 열등감이 발동한다. 재수없다.

내 열등감을 아주 잘 집어내준다. 잘 정리되지 않았던 문제들-자유와 차별, 채식과 육식, 쓸데없는 경쟁, 민족주의, 미국이라는 나라 등등-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더욱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더 애쓰지 않고 살게되었다.



�무엇이 남았나?

1.
이 책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기술하며 채식, 동물권, 자유, 경쟁, 민족주의, 집단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정신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 '자유'다.

2.
'눈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며 자유를 향한 이야기는 시작한다.

(p19) 나는 '눈치를 본다'는 표현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겪는 억압을 요약한다고 생각한다. 눈치란 결국 남을 신경쓰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이 원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오~ 눈치가 빨라!"라는 상사의 말에 으쓱했다. 눈치가 빠르다는 건 적응이 빠르다는 말,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 한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눈치는 자유를 억압하는 말이었다. '눈치를 본다'는 건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사는 일이었다. 과도한 경쟁은 내가 '눈치력(?)'을 키우게끔 만들었다.

3.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단어지만 왜 기분이 나쁜지 몰라 찝찝했던 개념들이 정리되었다. 그 중 하나가 집단주의다.

(p46) 집단주의의 이면에는 배타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집단주의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눈치를 보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그들'보다 '우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또 눈치를 보게 만든다. 타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역시 엄청나게 눈치를 보는 행위다.

4.
타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집단주의에서 기인한다. 타 집단을 기본적으로 열등한 것으로 본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집단주의의 최대피해자다. 소수가 다수에게 끼치는 피해는 비난 받지만 다수가 소수에게 끼치는 피해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5.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동물권으로 이어진다.

(p68)'동물해방'이라는 담론 자체가 70년대 민족해방, 여성해방, 게이해방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반동주의자들은 "그렇게 다 해방할 거면 동물도 권리가 있느냐?"라고 비아냥거렸다. 싱어를 비롯한 옥스퍼드 석박사생들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다!"라며 나선 것이 동물해방운동의 시작이었다.

이 책을 읽고 생선을 끊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우유도, 버터도, 달걀도 끊어보려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방향은 맞다.

6.
결국 자유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누리는 자유와 행동하여 쟁취하는 자유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이 저자가 원하는 자유다. 내 자유가 소중하다면 다른 이의 자유도 소중하다. 지금 세상은 사회적 약자와 동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들의 해방을 위해 행동해야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내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위해서도 나보다 더 미래를 살아나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7.
우리 아이들에게 의미없는 과도한 경쟁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집단주의로 사회적 약자와 동물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사람의 입 맛을 돋구기 위한 목축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아이들의 삶을 망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채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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