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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May 22. 2021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

박창선,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유영

이 책을 왜 읽었지?

터지는 콘텐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터지길 바란다. 조회 수가 폭발하고 <좋아요>와 <댓글> 알람이 미친 듯이 쏟아지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뛴다.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매력적이다.


게다가 저자가 박창선 이다. <판교 사투리>, <'넵'병을 심층탐구해 보았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박창선이다. 바로 주문했다.



무엇이 남았나?

1.

기존에 박창선 작가의 '터졌던 콘텐츠'를 보고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실망했다. 엄청난 드립과 "풉"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없었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2.

"어떻게 하면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지?"

글이 몇 번 터지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무수히 올라오는 좋아요 와 댓글, 올라가는 조회 수에 내 심장박동도 올라간다. 또 터질거란 기대로 다음 글을 써보지만 터지지 않는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3.

"터지는 글"이 글을 쓰는 목적이 되어 버린다. 어그로를 끌어보기도 하고, 자극적인 내용이나, 되지도 않는 개그를 써보지만 무리수. 이 책은 정확히 이런 생각을 경계하고 있다.


4.

한 방을 노리고 콘텐츠를 만들면 꾸준한 절망이 찾아올 뿐입니다.


한 방에 터지는 #도지코인 보다는 점진적으로 우상향하는 #비트코인 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우상향해나가는 주식에 투자하 듯, 콘텐츠도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5.

'숙달'과 '성장'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게 숙달이라면 정해진 패턴을 계속 반복하며 소위 '손버릇'을 최대 강점으로 만들어야겠지만 성장을 원한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익숙함에 질문을 던지고, 눈에 담긴 풍경을 부술 용기. 펜의 예리함은 여백의 고요함을 깨고, 통념의 단단함을 파고듭니다.


숙달을 성장으로 착각하곤 한다. 똑같은 엑셀 작업을 더 빠른 시간 안에 완수하곤 자뻑에 빠진다. 뚝딱 글 한편을 쓰고 "오... 나 이제 글 좀 쓰는 듯..." 뿌듯해 한다. 더 효율적인 엑셀 틀을 만들었거나, 새로운 관점을 글에 담았거나, 디테일한 관찰이 담긴 한 문단을 넣었다면 그것이 성장이다.


6.

문장은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입니다. (...) 우리는 늘 이미지를 언어로 구현하고, 독자들은 언어를 다시 이미지로 바꾸어 이해합니다. 어찌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한 편의 영화나 풍경화를 그리는 것과 유사하죠.


그림을 그리듯, 시선을 옮기듯, 영화를 찍듯 글을 써본 적은 없다. 저자는 위에서 아래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문장을 쓰고, 문단을 배열하라고 한다.


7.

역시, 구조였다. 난 개요를 짜지 않고 글을 쓴다. 개요 짜는 게 힘들뿐더러, 글을 쓰다 보면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막상 쓰기 전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목적이 없어서였다. 글쓰기의 목적은 메시지의 전달이다. 전달할 메시지가 있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전달할 메시지가 떠오른다. 무엇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요를 짜면 최소한 퇴고하면서 다시 글을 쓰는 느낌이 든다거나 글을 써 놓고 통째로 날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8.

난 저자의 브런치 글을 읽으며 '아... 이 사람은 천재다. 글도 그냥 앉은자리에서 후루룩 써버릴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짜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생각하며, 드립과 진지함의 줄타기를 고려하고, 글의 성격에 따른 문체를 따져보고, 시선을 따라 영화 촬영을 하듯 쓰는 글을 고민하는 작가였다.


9.

이 책은 드립이 필요없는 글이었다. 드립이 있었으면 신뢰도가 떨어졌을거다. 다시 천천히 잃어보며 여러 포인트를 정리해봐야겠다.


덧.

이 글을 쓰고 박창선 작가의 브런치에 들어가보니 이런 글이 있더라.

솔직히 이번 책을 써놓고 죄책감이 너무 듭니다.

뭔 말인지... 횡설수설... 갈피가 안 잡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조금 더 신뢰가 생기는 느낌이긴 하다.

다시 한번 더 읽으며 포인트를 정리해봐야 겠다는 건 취소! 역시 터지는 콘텐츠는 운빨이었다. 언제 운이 터질지 모르니 오늘도 써보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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