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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08. 2019

#18 어딘가에서 '이직' 냄새가 난다.

[15주 차] 이직을 하기 전 나에게 꼭 해야 할 질문

'이직' 냄새가 난다.

"입사한 지 벌써 10년이다. 모든 일이 지겹게 느껴진다. 휴대폰이 울린다. 거래처다. 또 이것저것 요청사항이 많다. 언제 이 전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걸 매너리즘이라고 하나?"

"이번에도 승진하지 못했다. 1년 선배라는 이유로 나보다 성과도 역량도 떨어지는 사람이 승진했다. 치가 떨린다."

"벌써 5번째다. 판촉물 하나 고르는데 5번이나 보고서를 쓰다니. 이렇게 비 효율적일 수가! 처음부터 자기는 등산용품이 좋다고 했으면 이런 헛수고를 하지 않을 거 아닌가? 그리고 왜 항상 신선한 판촉물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답은 이미 팀장님 마음속에 정해져 있는데 말이다."

"8시가 넘었는데 부장님은 집에 갈 생각이 없다. 부장이 일어나야 집에 갈 수 있다. 할 일은 없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다. 벗어나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이직'을 하는 이유

회사원이 이직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사와의 불화일 수도 있고,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불합리한 회사의 시스템과 업무 지시가 이직을 부추길 수도 있다.


정리해 보면 이직의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1. 직무 만족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만족감을 꼽을 수 있다. 행복하려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니 업무 만족도가 올라간다면 삶의 만족도올라간다. 현재 직무나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면 이직을 고려해 볼만 하다.


2. 불만족스러운 처우 및 주변 환경

아마 이직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한다.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내 역량상 승진을 해야 함에도 어떠한 불합리한 이유로 누락하는 경우 이직을 고려한다. 상사와의 문제,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과도한 업무도 이직의 단골 메뉴다.


3. 새로운 기회에 대한 열망

열심히 해도 상위 직무로 올라갈 가능성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면 이직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상위직무는 업무의 자율성이나 주도권이 더 생기기 때문에 만족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조직구조상 상위직무로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는 같은 수준의 업무를 오랜 시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숙달된 업무에 근무 경력까지 쌓이니 업무는 점점 쉬워지고 편안해진다. 생산직이라면 10개를 빠르게 만들고 10개를 더 만들어 생산성이 향상되지만 사무직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면 일이 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직무에 막혀 있다면 쉽지 않다. 이러한 경우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편안함을 찾기 쉽다. 편안함 끝에 '이 회사, 이 업무가 내 인생에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인생의 의문이 생길 무렵, 이직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면 누구나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직을 하기 전 나에게 꼭 해야 할 질문

'이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면 처음엔 가볍게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 '이직 가스'가 조금씩 새어 나오게 된다. 조금씩 흘러나온 '이직 가스'는 내 주변에 머물고 날 둘러싸게 된다. 가스가 가득 찬 이 타이밍에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어떤 좋은 이직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고, 상사와 평소보다 조금 강도가 센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불꽃이 튀기게 되고 '이직 가스'는 펑하고 터진다.

그때부터는 감정적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급속도로 이직을 추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직장상사와의 불화로 인해 이직을 실행한 회사 동기와 후배가 있었다. 제대로 알아보았다고는 했지만 회사의 불합리함과 상사와의 트러블로 화가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보 파악이 부족했다. 감정적으로 이직을 추진하다 보니 옮긴 직장에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이직을 해야만 했다.


이직을 생각하는 순간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을 고민할 때 자신에게 아래 5가지 질문을 하면서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나씩 하다 보면 감정이 누그러들지 않을까 한다.


1. 이직을 하는 이유가 인간관계나 불합리한 시스템, 과도한 업무 때문인가?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정말 회사에 있는가?

회사에 미친놈이 꼭 하나 있는데 그 미친놈은 꼭 내 상사다.
그러다 더 이상 미친놈이 보이지 않는 다면 그 미친놈이 바로 나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단순히 미친 상사를 비꼬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사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혹 미친 상사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상사를 며칠 만이라도 잘 살펴보라. 나와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문제인 건지 확인해보라. 이때 옆자리 친한  동기의 이야기는 믿지 마라. 그는 단지 너와 함께 상사의 욕을 해줄 뿐이다.

객관적으로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살펴본 후 만약 나하고만 문제가 있다면 문제의 원인은 그 상사 때문이 아닐 수 있다. 그 상사와 나는 안 맞는 사람이거나 상사가 아닌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혹시 회사생활을 하며 만나는 상사마다 미친놈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빙고! 그렇다. 문제는 나 자신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직의 이유가 과도한 업무 때문이라면 전체 업무 리스트를 놓고 객관적으로 비교해 봐야 한다. 동일한 수준의 동료와 나의 업무량을 분석해 보고 내가 많다면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과도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일하는 방식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불합리한 조직,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이 내가 이직을 하는 주요한 이유라면 내가 갈 자리, 이직할 자리가 왜 생겼는지가 중요해진다.


2. 내가 갈 자리는 왜 생겼는가?

경력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기존 담당자가 그만두었을 경우
2. 신규사업 추진으로 자리가 발생한 경우


만약 1번 경우라면 기존 담당자가 왜 그만두었는지가 중요하다. 인간관계, 과중한 업무,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인해 그만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관계, 과중한 업무, 불합리한 시스템이 내가 이직하는 주요 이유이고, 내가 갈 자리가 이러한 이유로 생겼다면 이직을 해봐야 똑같을 수 있다. 새장이 답답해서 나갔는데 다시 새장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최소한 큰 새장으로는 가야 할 것 아닌가.

2번이라면 회사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사람을 구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신규 사업이기 때문에 내부 직원은 이 업무를 수행할 역량 및 경험이 부족할 것이다. 여건 상 내부 인력을 키워서 배치할 수 없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채용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경력 사원에게 원하는 것은 즉각적인 성과다.

이직하기 전 지금의 내 역량으로 이러한 기대에 부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먼저 있어야 한다.

 

3. 내가 현 직장에서 쌓아놓은 것은 무엇인가? 그중 이직 후 없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었으며, 쌓아 놓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리스트업 해봐야 한다. 계량화 할 수 있다면 계량화 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되면 이 중 없어지는 것이 무엇일지 분류해야 한다.


현 직장에서 얻은 것 중 이직 후 없어지는 것은 사외 네트워크(거래처, 동종업계 등), 사내 인간관계, 평판, 신뢰도, 업무 숙련도, 업무 지식, 업종에 대한 지식, 직무지식, 회사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사외 네트워크와 평판, 신뢰도라고 생각한다. 관계나 기술, 지식은 이를 쌓아 올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이 셋은 그 절대적인 시간을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초 3개월간 퇴근 후 1~2시간을 추가적으로 투자하여 업무 지식을 습득한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절대적인 시간을 단축하기란 쉽다. 그러나 평판이나 신뢰도를 지금과 같은 시간으로 끌어올리려면 내 모습을 일정기간 보여줘야 한다. 그 시간이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른다. 이 시간을 버리더라도 이직의 가치가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

이직을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 것들은 보고 능력, 프레젠테이션 능력, 기획능력, 영업능력 등 업무를 하면서 늘어난 개인 능력이 있다. 이 능력들이 이직을 했을 때 필요한 능력인지,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4. 이직 후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직을 한다면 현재의 급여보다 올려서 가게 될 것이다. 올리면 올릴수록 좋겠지만 전문직이 아닌 경우 약 10% 내외가 평균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건 급여 체계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거다. 기본급이 높고 성과급이나 보너스가 적은 경우도 있고 기본급이 낮고 노사 협상에 의한 보너스가 있는 경우가 있다. 교통비 중식대를 따로 지급하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매년 임금 상승은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체크해 봐야 한다. 노조와의 협상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회사에서 결정하는지, 호봉제인지, 직무급제인지, 성과급과 보너스의 유무, 변동성, 교통비와 중식비 등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꽤 많다. 인생의 가장 큰 변화가 될 수 있을 선택인 만큼 꼼꼼하게 알아보고 체크해야 한다.


이직을 하면서 직급이 상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직급보다 중요한 것은 직무다. 지금보다 상위 직무를 수행하느냐, 직무 만족도가 높은가가 중요하다. 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내 인생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큰 지도 체크해 봐야 한다.

5. 잃는 것과 얻을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이 마지막 질문을 통해 앞선 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야 한다.


이직을 하는 주요 이유가 인간관계, 업무과중, 불합리한 시스템이라면 정말 회사가 문제인지 먼저 따져본다. 정말 회사가 문제라면 2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체크한다. 내가 갈 자리에 위와 같은 문제가 비슷하게 있다면 이직을 고려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통과했다면 이직 후 없어지는 것과 얻게 될 것을 비교해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비교해보고 3년 후 예상되는 내 모습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현재 직장에서의 승진 가능성, 상위 직무로 갈 가능성 등을 예상해 본다. 



이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예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이직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할 필요도 꼼꼼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게 자리잡는 것도 올바른 결정을 방해한다. 이직은 갈등과 선택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치열함과 편안함
성장과 안정
위험과 안전
커다란 기회와 작은 기회
커다란 위험과 작은 위험

사이의 갈등이 바로 이직에 대한 고민이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내리는 결정이 필요하다.


20년간 세계 최고의 포커 선수였던 애니 듀크Annie Duke의 말로 이번 주 브런치를 마치려고 한다.

지금껏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지금 당장 모든 걸 파악하려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모든 걸 다 알 수도 없지만, 모든 걸 다 안다고 느낄 경우, 현 상태를 고수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 최고의 인생 전략은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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