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Oct 24. 2021

짜증과 화를 다스리는 3가지 방법

화를 참으려 애쓰지 않기

"야!"

"왜!"


오늘 아침 큰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되받아쳤다. 나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유를 물었다. 자기를 왜 불렀냐고.



아내가 복직한 후 아침에 아이들의 등교를 챙기는 건 내 몫이다. 아내의 직장이 왕복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 적응되지 않는 것이 있다. <빤뽀>의 밥을 따로 챙겨주는 것('빤뽀'는 내가 첫째를 부르는 별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 번 차리기도 힘든 아침밥을 두 번 차리는데, 선호하는 메뉴가 달라 고민 고민해서 다른 종류로 차려놓지만, 한 숟갈도 뜨지 않고 그냥 학교에 가버리는 아이를 보는 것'에 영 적응되지 않는다.


콩나물 무침을 잘게 잘라 밥에 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빈다. 메추리알 세 알을 밥 위에 올려 단백질을 추가해 영양에 빈틈을 메운다. 이걸 먹고 학교에 가면 든든할 거다.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니 잘 먹겠지...


5분 후, 아이는 한 숟가락도 뜨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 빤뽀야, 아침 안 먹을 거야?

- 하..... 아니야 먹을게.

- 아니야. 먹기 싫음 안 먹어도 돼.

- 아... 아니라고! 먹는다고!

- 아니야 진심이야! 먹기 싫음 먹지 마.

- 밥은 맛있는데, 정말 밥이 입에 안 들어가! 힘이 하나도 없어서 못 먹겠다고!


난 밥을 가지고 싱크대로 간다.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밥을 버리며 이렇게 말한다.

- 이제 아침은 준비하지 않을게.

- 그럼 그러던가!


참고 참았던 짜증이 차오른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던데, 이 때는 조금의 공간도 없이 화가 튀어나온다. 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아이는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매서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대부분 눈물을 흘렸던 아이였다. 울지는 않더라도 삐져서 자기 방에 들어가는 정도로 반응하곤 했다. 그랬던 아이가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두 손을 불끈 쥐고 눈을 무섭게 뜨고 날 째려본다. 아이가 처음으로 나에게 대드는 모습에 당황한다. 화가 올라온다.


화난 눈으로 5초간 눈빛 교환을 마치고, 난 아무 말 없이 싱크대로 돌아선다. '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네가 아침을 안 먹으니 아빠가 화를 낸 거지!'라는 클리셰 덩어리가 떠오르지만 다행히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내가 화가 난 이유

현관문을 열고 빤뽀와 함께 집을 나섰다. 빤뽀는 나와 찐이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학교로 가버렸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난 왜 소리를 질렀지? 뭐가 이렇게 날 화나게 만들었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싶다는,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내 욕구 속의 진짜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


난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움직이고 싶었지만 아이는 내 말을 따르지 않았다. 이 욕구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난 화가 났다.


난 내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아침에 2가지 종류의 아침을 따로 차린 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이 노력은 아이가 밥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 난 내 인정 욕구를 채우지 못했다.


아이의 키, 영양, 집중력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봐도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려는 욕구>, <인정 욕구>라는 2가지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난 화가 났고,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본질이다.



짜증과 화를 다스리는 방법 3가지

1. 짜증과 화의 원인은 <나>, 더 정확히 <내 욕구>에 있다는 것을 안다.

'00 때문에 짜증 나 죽겠네.'

내 입에 찰싹 붙어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짜증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화를 내고 싶은 타이밍에 누군가가 나를 툭 건드렸을 뿐이다. 아침에도 아이가 날 화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마셜 B. 로젠버그는 그의 책 <비폭력 대화>에서 화와 짜증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1시간 늦었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 만약 이 문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같은 짜증이 나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늦은 덕분에' 평소에 보고 싶었던 <블랙 미러>를 볼 수 있었다면,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자! 그렇다면 짜증은 과연 누구 탓인가? 늦은 사람인가? 아니면 <나>인가?


마음속에는 짜증, 화, 분노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담는 그릇이 있다. 이 그릇은 사람에 따라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그 그릇이 넘치면 짜증과 화가 외부로 분출된다. 넘치는 순간 나와 마주친 어떤 누군가에게 내 화와 짜증의 책임을 넘길 필요가 있을까?


2. 내가 화, 짜증이 났음을 알아차린다.

아주 잠시라도 화를 지켜보자. 내 가슴이나 명치끝, 목구멍에 있는 화를 형상화해본다. 연기 모양도 좋고 구슬 모양도 좋다. 아주 잠시라도 바라보면 된다. 바라보는 데 성공했다면 <화>가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화>는 감정일 뿐 그 감정은 <나>와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흘려보낸다. 연기로 형상화했다면 내 머리 위로, 손 끝으로, 몸 밖으로 연기가 빠져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명치끝에 걸려있는 구슬이라 속이 답답했다면 아래로 내려가 소화되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에는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조금이라도 화가 내 몸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다면 계속 연습해보자. 꽤 효과가 좋다.


3. 평소에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

알아차림은 마음에 짜증이 '욱'하고 올라오는 순간, 그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고 했다. 알아차림이 습관이 되면 몸이 반응하기 전 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공간이 커진다.


여유 공간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챙김 명상을 해보는 것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가부좌를 틀고 숲의 나무 밑이나 폭포 아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다. 머리를 깎을 필요도 산속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다. 식탁도 괜찮고 점심시간의 사무실도 괜찮다.


명상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유튜브에 마음 챙김 명상이라 검색해보자. 그리고 당장 시작해보자. 내 호흡을 바라보고, 내 몸을 바라보고, 내 감정을 바라본다. 하루에 5분만 투자하면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로 돌아오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현재로 돌아오는 순간 화는 과거의 것이 돼버린다.



알아차림과 반성의 선순환

<알아차림>은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과거 혹은 미래에 집착했던 '나'를 현재로 데려온다. <반성>은 일이 벌어진 후,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가 했던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발 떨어져 생각해본다. <알아차림>과 <반성>을 반복하며 화가 조금씩 사라져 감을 느낀다.


화는 참고 견디고 이겨내고 없애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화는 하나의 감정일 뿐이다. 생겨난 화를 참고 견디려 애쓰다 보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분출한다.


화를 이겨낸다? 화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는 방법은 찾지 못하겠다. 아니, 화를 이긴다는 그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다. 굴복시켜 없애버린다는 뜻인가? 화는 감정이다. 감정은 느낌이며 내가 죽지 않는 이상 없애버릴 수 없다. 화를 없앤다는 뜻은 사랑, 쾌락 따위를 없앤다는 뜻과 같다.


화는 흘려보내야 한다. 화를 억누르려 애쓸 필요도, 없애려 애쓸 필요도 없다.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고 흘려보낸다. 만약 그러지 못하고 분출했다면 반성해본다. 그리고 마음 챙김 명상을 하며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조금씩 넓혀본다.


반성도 했고 명상도 했으니 이젠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함께 요새 아이가 즐겨 먹는 '레드망고 요거트 빙수'를 하나 시켜먹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