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 차] 왜 오늘은 어제보다 힘든 걸까?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터는 오늘이 '어제보다 힘든 날'이 많아진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그런 날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어깨에 책임이 더해지고,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아 갈수록 오늘이 어제보다 더 힘들다. 그럴 때마다 마치 주문처럼 '피식' 웃으며 아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오늘이 고비다
아내가 열이 난다. 39.5도. 그냥 감기려니 하고 지나가기엔 열이 높다. 병원에서 약을 받아 온다. 독감은 아니란다. 해열제를 먹으니 열이 떨어진다. 그렇게 하루를 버틴다.
4일이 지났지만 영 좋아 지질 않는다. 데리고 응급실에 가고 싶지만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응급실에 혼자 보내긴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괜찮을 거야"라는 희망 섞인 아내의 한 마디가 귓가에 들린다. 그 약하디 약한 한 마디에 기대어 하루 더 버텨 보기로 한다.
주말에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다. 병명은 '급성 A형 간염'. 정상이 40인 '간 수치'가 '만'까지 치솟는다. 의사는 간 이식을 할 수도 있다며 자꾸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리 없다'며 의사의 말을 머릿속에서 떨쳐낸다.
아내는 배에 돌덩이가 들어 있는 것 같다며 아파한다. 누워도, 엎드려도, 앉아도 아프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한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단지 옆에서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기도처럼 말한다.
오늘이 고비다
어제보다 오늘이 힘들다는
'자조 섞인 한 마디'이며,
너무 힘들어 버티기 힘들다는
'응석의 한 마디'이자,
피식 헛웃음이라도 만들어 내려는
'위로의 한 마디'이며,
오늘만 버티면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의 한 마디'.
오늘도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오늘이 고비다."
아내와 나는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