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힘든 몇 가지 이유
책이란 참 오묘합니다. 읽고 싶은 데 읽기 싫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읽으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읽기가 싫습니다. ‘2021년에는 정말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라고 다짐한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목표 달성하셨나요?
대한민국 성인의 약 70%가 책 읽기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53%는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습니다. 매달 1권, 그러니까 매년 12권 이상의 책을 읽는 사람은 12%에 불과합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 참고).
왜 사람들은 책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지만 읽지 않을까요? 옆자리 동료에게 한 번 물어봤습니다. 이런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너는 운동하면 좋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근데 왜 운동 안 해?”
흠... 그렇네요.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내 인생에 활력을 준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까지 정말 너무 힘들어요. 알람이 울려도 그냥 꺼버리고 다시 편안한 침대와 교감하죠. 왜 그럴까요?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편안하고 싶다는 욕구가 날 사로잡습니다. 지금 당장 편하길 원합니다. 나가기가 귀찮습니다. 따뜻한 침대를 선택하게 되죠.
책 읽기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힘들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는 힘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글을 읽죠. 포털에 있는 기사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까지 꽤 많은 글을 하루에 소화합니다.
힘든 건 글을 읽고 앞뒤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다듬고 다듬어 책으로 냅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앞 단어와 뒤 단어의 맥락부터, 문장, 문단, 챕터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는 행위입니다. 짧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글을 읽는 것과는 노력의 정도가 다릅니다. 작가와 심오한 토론을 하며 읽는 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냥 있는 것보다는 힘들고 어렵습니다.
당연히 단숨에 읽는 책도 있죠. 최근에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는데 3시간 동안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책을 읽는 목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죠.
이것이 책 읽기가 어려운 2번째 이유입니다. 책 읽기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버리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목적이 없어지거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욕구가 책 읽기에 들이는 노력보다 작아지면 책을 읽지 않게 되죠. 교과서나 전공서적, 자격증 취득을 위한 책 읽기와 비교해 보면 편합니다.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목적은 대체적으로 책 읽기에 투여되는 노력보다 큽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읽어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여가 시간을 즐긴다거나, 지적 호기심을 채운다거나, 하는 목적으로 책을 집어 들기는 힘듭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책을 읽기 힘든 3번째 이유입니다. 즐거움은 어떤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보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즐겁죠. 그러나 즐거움의 성격이 다릅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자극적이고 순간적입니다. 내가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시각과 청각을 통해 정보가 자동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는 다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글자를 읽고 앞뒤 맥락을 파악하여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몰입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즉, 책 읽기가 힘든 이유는 몰입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므로 순간적으로 쉽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매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노력이 들어간 만큼, 지속력이 큰 즐거움을 주고 읽은 후 죄책감이 없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죠. 인스타그램 릴스를 1시간이나 보다가 ‘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읽기가 힘든 이유는 자기주도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주도하고 완결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굉장히 멋진 일입니다. 내 삶을 내가 이끌어나가는 경험이 자존감을 높여주고,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갈 기회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해야만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 일을 잘 완수하면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도록 교육받고 훈련되었습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는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 본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책 읽기가 어렵습니다. 책 읽기는 자기가 주도해야만 하는 대표적인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