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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03. 2022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최소한의 선의>, 문학동네 

이 책을 왜 읽었지?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아내는 육아 휴직을 했다. 내가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조차도 자신이 휴직을 해야한다고 여겼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 자신조차도 당연하다 여겼던 그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상은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게 과연 정의로우냐는 질문을 하는 이는 드물다. 약한 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란 무엇일까? 문유석 작가가 <최소한의 선의>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그 실마리가 담겨있지 않을까? 


무엇이 남았나?

1.

문유석 작가는 서문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건강한 사고방식,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개인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타협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은 서로 협력하여 맞서는 사회. 말만 들어도 가슴뛰는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단다.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은 과연 무엇인가?


2.

1부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에서 시작해보자. ‘인간은 존엄하긴한가?’ 인간이 지닌 이성과 양심때문에 인간은 존엄하다고 하는데 어려우니 그냥 외우자. 저자는 인간은 서로에게 상냥할 수 있기 때문에 존엄한 존재일 수도 있다 한다.


3.

“우리 서로 존엄하자고 하자, 응? 그러니 이것만은 지켜줘!”라고 약속했고, 그 약속의 현재 버전이 헌법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다.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유로와야만 하며 그 당위를 사회적 기본법으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당위’라는 것이다. 당위에 머물 뿐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법률은 아직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회적 합의가 쌓여나가며 더욱 구체화될 수 있겠지만 제도로 모든 것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이다.


4.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은 3가지 특징을 갖는다. 과학적 증거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신중함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상대주의적 생각, 상대방을 인정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타협해 가는 절차적 정당성이 그것이다. 이로인해 국가 권력은 함부로 시민의 자유에 간섭할 수 없어졌다.


5.

자! 그럼 자유로워야할 텐데... 자유로운가? 간섭을 배제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따라서 분배에 대한 문제는 자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생존권과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이것이 국가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법이다. 


6.

그럼 어디까지가 자유인가? 저자는 유별날 자유, 비루할 자유, 불온할 자유, 나를 파괴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즉, “난 자유롭다”라고 외치고 싶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내 멋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7.

‘다수의 권리를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예외 없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이로 인해 범죄자의 인권도, 전두환의 인권도 중요해진다. 주취자,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줄어든다. 짜증날 노릇이다. 이걸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의 감정은 어떠한가? 인간의 범위는 어떠한가? 인간으로 충분한가? 동물들은 마구 죽이고 먹어도 되는가? 


8.

작가는 롤스의 정의론을 들고나왔지만 어렵다. 내 마음대로 이렇게 이해했다. 정의란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단, 내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약자에게도 이득이 되어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를 제한한다. 어느 정도의 이익이면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제한을 허용할지가 문제다. 타협이다. 그때 그때 논쟁하고 설득하고 합의하고 타협하여야 한다. 이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의 전제 조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9.

간단하고 선명한 문제는 현실에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고, 내려놓고, 잊으며 살아나가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삶이 아닐까? 난 어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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