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리디북스 작가 소개 란에 따르면 황보름 작가는 이런 사람이다.
‘책에 관한 책을 곧 쓸 예정인 것처럼 살아온 사람.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책을 읽는 사람인가를 가장 궁금해하고 세상 사람들을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사람
가능하다면 평생 책을 읽고 평생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하는데, 내가 꿈꾸고 있는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브런치와 밀리의 서재가 크로스 하여 진행한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이다. 전자책으로 먼저 나왔으나 제발 종이책으로 출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여 나오게 됐다고 하니 이 어찌 멋지지 아니한가.
더불어 난 존박을 굉장히 좋아한다. ‘슈퍼스타K 2’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작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담벼락에 존박 버전의 ‘그냥’이 있더라. 친구 신청을 했는데 받아주려나 모르겠다.
1.
휴남동 서점에 들러 관계를 맺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주는 휴남동 서점의 사장이다. 서점을 차리기 전에는 인정 욕구에 사로잡힌 회사원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삶이 전부라 여겼다. 늘 경쟁했다. 친구들보다 동료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아등바등했고 그 결과는 번아웃이었고 이혼과 엄마와의 관계 단절로 이어졌으니 타격이 꽤 심하다. 그리곤 서점을 열었다. 책을 좋아했던, 경쟁이 삶의 목적이 아니었던 중학교 소녀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2.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LG전자에서 일하다 30살에 퇴사해 40살까지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는 결심을 한 황보름 작가가 영주에게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3.
작가의 말을 보면, ‘더 유능해지라고, 더 속도를 내라고 닦달하는 세상의 소리로부터 물러난 공간’을 다뤄 보고 싶었다고 한다. 휴남동 서점은 경쟁에 지친, 삶에 지친, 무기력에 빠진, 고통이라는 우물에 빠진, 차별과 멸시의 시선에 가슴이 패인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4.
휴남동 서점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쉬어갈까? ‘안도감’이 있어야 비로소 쉴 수 있다고 말한다.
(p188) 여기에선 내 쪽에서 예의를 지키는 한 아무도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안겠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이 들었어요.
내가 무례하게 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드는 공간. 그러한 공간이 우리에겐 부족하다. 세상은 오로지 결과로만 내 가치를 매겨버린다. 사람들은 함부로 내 존재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버리는 무례함을 저지른다. 내가 버는 돈이, 내가 거둔 성적이 내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휴남동 서점에서 깨닫는다.
5.
느슨한 연대와 거리를 지키는 우정이 그래서 필요하다. 끈끈한 연대도 좋지만 그 끈끈함이 우리를 구속하기도 한다. 거리 없는 우정이 좋을 때도 있지만 무례함을 만들기도 한다.
6.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인생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일까? 아니면 복잡한 것일까?
인생은 복잡한데, 단순하게 살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내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 걸까?
난 무엇을 좋아할까?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휴남동 서점에 들르는 사람들 사이의 오고 가는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7.
책을 좋아한다면, 책을 좋아하고 싶다면, 책을 왜 읽는지 궁금하다면, 이혼을 하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면,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면, 너무 경쟁하고 있다면, 회사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 같다면,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 견딜 수 없다면, 그리고 나중에 서점을 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