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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18. 2022

일주일에 하루 비건 데이

이 책을 왜 읽었지?


비건을 지향한 지 1년이 넘었다. 주변에 전파하고 싶었지만, 단 한 명도 설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비거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불편해하고 짜증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이런 말을 보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너도 육식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난 고기를 먹는 사람을 죄인으로 보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무엇이 남았나?

1.

공장식 목축은 참혹하다. 돼지를 기르는 공장과 도살장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온 인류는 비건이 되었을 것이다. 돼지의 모든 삶을 파괴한다. 돼지의 본능을 억누르고 돼지를 생명이 아닌 물건, 고기로만 본다. 그게 먹기에 편하니까.


2.

동물의 본능을 억누르지 않고 돼지를 기르는 방식이 있다. 동물복지, 자연 양돈이라 부른다. 돼지는 꽤나 행복하다. 마당이 있고, 마음대로 뛰어놀고, 진흙 목욕을 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먹고 잔다. 그러나 수명이 20년인 돼지를 6~7개월 만에 잡아먹는 건 공장식 목축과 다르지 않다.


3.

본능에 거스르지 않고 돼지를 기른다면 사람은 돼지를 잡아먹어도 좋은 건가? 이 의문에서 채식주의자는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4.

번쩍 안아서 데려오려고 했던 100일 된 돼지와의 첫 만남은 꽤나 흥미롭다. 돼지우리를 만들고, 돼지 먹이를 주고,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까지 한 호흡에 읽어냈다.


5.

돼지는 인간에게 고기인가? 생명인가? 고기를 먹는 것은 동물권의 문제인가? 인간 윤리의 문제인가? 이런 질문을 작가는 유머와 유머 사이에 담았다. 그래서 더 슬펐지만 불쾌함은 덜했다.


6.

사람들은 왜 비건을 불편해하는 걸까? 왜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할까? 고기가 너무 좋아서? 고기가 없으면 못 살겠어서? 먹는 게 사람의 본능이라서? 우리는 착각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본능은 배고플 때 먹는 거다. 단지 흥미를 위해 먹는 건 본능이 아니다. 마약도 우리의 본능이 될 수도 있다.


7.

20년을 살지만 6개월 만에 죽는다. 주기적으로 강간당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틀 안에 갇혀 살고, 태어나자마자 마취도 없이 거세당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죽어버린다. 똥과 함께 사는 걸 싫어하 지면 평생 자신이 싼 똥과 함께 살며 평생 흙을 밟아보지 못한다. 야생에서는 혼자 살길 선호하지만 수백, 수천 마리의 돼지와 함께 살며 그 탓에 병에 걸려 원치 않는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맞는다. 미치지 않을래야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다 미쳐있다.


8.

돼지가 미친 건지, 사람이 미친 건지 모르겠다.


9.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 있을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돼 불편하고, 불쾌하고, 화를 내는 걸까? 그리고 곧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비건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극단적이고, 예민하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소수자로 만들어버린다.


10.

내가 그랬다. 비건을 지향하기로 결정하기 전 내가 그랬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난 매일 육식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소중하다. 당장이라도 모든 걸 갈아엎고 싶지만 천천히 가야 한다.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져야 한다.


11.

공장식 목축은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절망을 가져다 줄 뿐이다. 부영양화, 녹조, 적조의 원인이 되는 질소는 공장식 목축의 산물이다. 모두가 줄이려고 하는 탄소배출량도 공장식 목축이 고기 말고 내놓는 가장 커다란 생산품 중 하나다. 거대 축산 기업, 의약회사, 비료회사는 사람들이 미친 듯이 고기를 먹기를 원한다. 당신을 그렇게 유도한다. 거대 기업의 조종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단 하루, 비건 데이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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