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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Apr 21. 2023

작심삼일

7kg이나 쪄버린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지 않기로 했다.


월 화 수 딱 3일. 저녁을 먹지 않았다. 역시. 작심삼일은 과학이다.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먹지 않았다. 먹어봤자 당근 한 뿌리, 사과 한 개 정도. 조금만 먹자고 다짐하고 저녁을 먹으면 항상 과식했다. 일단 입으로 짜고 단 음식이 들어가면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예 먹지 않으니 더 쉽더라. 그렇게 딱 3일 저녁을 먹지 않았다. 2kg 정도 빠졌다.


목요일에 맥주나 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싫다고 거절했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오랜만이기도 했다. 뭐…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지만 술이 먹고 싶었다. 한 일주일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이 당겼다. 그래서 수락했다.


다짐했다. 술을 딱 맥주 3잔만 마시기로. 9시까지만 술을 마시고 10시에는 잠자리에 들기로.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고 명상을 하기로.


충무로 안동집 9번 테이블에 6시 30분에 앉았고 11시 30분에 일어섰다. 아마 내 술자리 역사상 가장 길었던 1차가 아니었나 싶다.


3명이 맥주를 21병이나 마셨다. 3잔만 마시기로 한 다짐이 무색하게 7병을 마셔버렸다. 1500cc 정도를 마시기로 했지만 3500cc를 마셔버렸다. 역시 아예 마시지 않으면 참을 수 있지만 일단 입에 들어가면 참기 어렵다. 여기서 또 한 번 증명됐다.


9시까지만 술자리를 갖기로 했지만 11시 30분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새벽 4시에 일어나려 했으나 6시에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와이프 아침은 차려줬다는 것 정도. ㅎㅎㅎ


자! 고해성사는 이쯤에서 마친다. 더 이상 날 탓해봐야 나만 손해다. 다짐을 지키지 못한 것도 나고, 지키지 못한 다짐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것도 나다.


작심삼일을 했으니… 작심사일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금 토 일 월까지 나에게 술과 저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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