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Jun 01. 2023

'나'를 찾는 질문

비밀 댓글

지난번 경제적 자유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비밀 댓글이 2개나 달렸다. 내용은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한 모임이 있으니 어서 들어와서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하자는 거였다. 주식 정보도 준다고 하니 정말 멋진 곳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꼭 비밀로 댓글을 달아야 할 필요가 없을 듯해서 조금 의아했지만, 어쨌든, 난 경제적 자유를 찾으러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댓글을 지워버렸다. 바로 내가 원하는 경제적 자유의 범위를 정하는 것!


자 어쨌든, 경제적 자유를 범위를 정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거나, 만들거나, 흉내 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난 내 인생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음… 모르겠는데… 빨리 내가 원하는 걸 찾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아침 시간이 아니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데… 이러다 아이가 깨버리겠어… 설거지도 쌓여있고 말이야… 아.. 쓸데없는 잡생각 하지 말고 빨리 내가 원하는 걸 생각해 보자. 내가 원하는 거… 검색을 해볼까… Bing Chat AI가 좋던데 한 번 물어볼까?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이어졌고 이강인의 득점 장면을 보다 커리의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 제임스의 레이커드의 플레이오프 요약 영상을 보다 보니 둘째는 “아빠……”라고 외치며 눈을 비비며 내 방문을 열었다.


질문이 잘못됐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렇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질문하니 답을 찾기 어려웠다. 범위도 너무 넓고 다분히 철학적이라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낼 수 있는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쪼개서 작게 만들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한 질문을 만들어봤다.


무언가를 마치고 벅차올랐던 경험은?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1년 후, 2년 후, 3년 후, 5년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롤 모델이 있는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 단어로 말해보자.

지금 당장 죽는다면, 아내가 죽은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는가? 마찬가지로 자식이나 직장 동료, 친구가 해 주었으면 하는 말은 무엇인가?

직장에서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선배는 누구인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 삶에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친구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흥미로웠던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가?

내게 좋은 리더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후배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뭐가 있을까?

내가 책임을 지고 주도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내가 차별을 받았다고 느꼈던 경험은?

가장 기억에 남는 누군가와의 대화 장면을 묘사해 본다면?  

가장 힘들었던 그리고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는?

내 인생 최대의 위기 혹은 내 커리어 최대의 위기는 언제였나? 그 이유는?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고, 성장했다고 느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내 인생 최대의 실수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최고의 칭찬은?

지금 당신에게 4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최근 가장 몰입해서 했던 일은 무엇인가?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다.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공간(집, 공원, 카페 등), 시간(새벽, 아침, 자정 등), 행동(독서, 음악 감상, 운동 등), 관계(혼자, 누구와)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가?

오늘 저녁, 아내가(혹은 남편이) 출장을 갔고 아이들은 1박2일 캠핑을 갔다. 자!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만나면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만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며 오는 사람이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와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질문을 두서없이 던지다 보니 내 욕망은 3가지 영역에 걸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경계가 서로 겹치고 애매모호하지만.


먼저 ‘내면’이다.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 내가 바라보는 나, 남이 바라보는 나, 내가 기대하는 나의 역할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좋은가,를 찾는 질문이다. 내 존재의 이유라고 봐도 좋겠다.


두 번째는 ‘직업’이다.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회사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왜일까? 회사가 즐거울 순 없는 걸까? 아니, 정말 단 한순간도 즐거웠던 적이 없었나? 그 순간을 찾아낸다면 그것을 위주로 내 직업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관계’다.

타인이 없다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살아나간다. 관계를 맺으며 태어나 관계를 맺으며 살고 관계를 맺으며 죽는다. MBTI가 ‘E’든 ‘I’든 상관없다. 죽음이 있으니 삶이 있는 것처럼 네가 있으니 내가 있는 거다.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자! 이제 이 질문에 대답을 한 번 해봐야겠다. 그럼 뭐라도 찾을 수 있겠지. 아니면 더 좋은 질문이 생각날 수도 있고 말이다.


*질문을 3가지 영역으로 분류해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에 맞추는 삶, 삶에 맞추는 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