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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an 08. 2024

나라 사슴 공원에서

운치보단 화창한 게 최고지!


우리는 확실히 비를 몰고 다닌다. 매 여행 때마다 우산을 쓰고 다니니 말이다. 처음 몇 번은 우연이라 여겼다. 우리 때문에 또 비가 온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그런 일을 대여섯 번쯤 겪자, 더 이상 기분 좋게 넘길 수 없었다.



이번 여행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만난 지 6년 만에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비구름이 바다건너까지 따라올 줄이야. 출국하는 날엔 한국에 비가 오더니, 우리가 떠나자 귀신 같이 그쳤다. 그리고 그 비구름은 일본으로 쫓아왔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구름이 잔뜩 낀 사진을 보면 속상하다. 날씨만 받쳐줬으면 더 예뻤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여행 마지막 날, 나라 사슴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더욱 값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나라 사슴 공원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여행지였다. 그래서 귀국하는 날 오전에 잠깐 들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곧 떠난다는 사실을 하늘이 눈치라도 챈 걸까? 저녁부터 구름이 걷히더니 마지막 날엔 햇빛이 내리쬐었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겨우 반나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쉬워, 우린 걷고 또 걸었다.



나라 사슴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슴마다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무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과 그 안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사슴을 보고 있자니,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절로 떠올랐다. 아무렇게나 찍어대도 모두 작품이 되었다.



나라 사슴 공원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두세 시간  정도였는데, 나중에 보니 사진의 절반이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마지막 날이라도 화창했던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건지..



비 오는 것도나름 운치있다고  누가 그랬나. 장담컨대 여행은 화창한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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