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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Jan 04. 2024

시쿠라지마에서 만난 할아버지

혹시.. 미래에서 온 나세요…?


사쿠라지마를 찍는 할아버지



딱히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있다 한들 막을 도리도 없고. 아,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있다. 과연 그때도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나는 일찌감치 혼자 하는 여행의 맛을 알아버렸다. 누구와 일정을 조율하거나 눈치 볼 필요 없이 오직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딱 그런 날이 있었다. 햇볕 좋은 어느 날, 나는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사쿠라지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활화산이라는데, 갑자기 폭발하면 어쩔지 하는 상상도 하면서.



비수기라 관광객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사쿠라지마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고는 금세 사라지곤 했다. 또 한 무리의 관광객이 사라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때 한 할아버지가 내 시야의 정중앙으로 들어왔다. 나는 사쿠라지마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딱 그 위치에 서서 사진 찍는 그를 보고 생각했다. ‘사진 찍을 줄 아는군.’



할아버지는 사진을 찍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멍하니 앉아 한참이나 사쿠라지마를 바라보았다. 혹시 그도 나처럼 화산이 터지는 상상을 했을까?



왠지 모르게 그에게 관심이 갔다. 훔쳐보다 보니 나와 비슷했다. 체격, 걸음의 템포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도.



정말 다행이다. 나이가 들어도 혼자 여행할 수 있나 보다. 그의 모습이 처량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좋아 보였다.



그나저나 사진을 편집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사진 속에 찍힌 그의 카메라.. 아마 소니 카메라인 듯하다. 지금 내가 쓰는 기종이다.



혹시..



미래에서 온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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