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따뜻하고 한가로웠던 휴가지 담양. 우리는 오래된 한옥을 빌렸었다.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옛날 가옥인데,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체크인할 때 집주인은 마당에 고양이들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그 얘기에 아내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오히려 좋아.’
장을 보면서 고양이 간식을 조금 샀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고양이들은 몰려와 와구와구 먹어주었다. 딱 한 마리만 빼고.
저만치 떨어져 앉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자꾸만 시선을 빼앗았다. 자세히 보니 콧수염과 헤어스타일이 히틀러를 빼닮았다.
녀석은 먼저 다가오지도,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저 세상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가 머무는 내 근처에서 햇살만 쬐었다.
그날의 휴가를 회상하면 늘 히틀러 고양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존재감 하나는 확실한 녀석이다. 겨울은 잘 보냈을지, 여전히 그렇게 시크한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