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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an 28. 2024

인간관계는 개처럼 해야 한대요.




아내는 재밌게 본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뭐 하러 또 보는 걸까? 나는 영화든 책이든 한 번 본 작품은 다시 보지 않는 편이다. 보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끝내면 곧바로 다음 읽을 책을 찾는다.



예외적으로 수년에 걸쳐 반복해서 읽는 책이 한 권 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지만, 재밌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추천해 줘도 사람들이 잘 읽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혼자 읽는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군대에서 한 번.

전역하고 한 번.

대학교 때 한 번.

대학원 때 한 번.

그리고 지금 또 한 번.



나는 이 재미도 없는 책을 형광펜까지 칠해가며 다섯 번이나 읽었다. 인간관계를 책으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책에서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고 많은 부분에서 좋아졌다.



반면, 적용하기 어려운 조언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를 개같이 하라는 조언이다. 여기서 개 같이는 인간관계를 더럽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진짜 멍멍 개처럼 하라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일까?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인간에게 사랑받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소나 닭처럼 우유나 달걀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굳이 일이라고 한다면 사람을 마중하는 것 정도랄까?



인간관계는 개처럼


그런데 인간관계의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다. 개들은 사람이 근처에만 가도 좋아서 꼬리를 흔들고, 만지려고 하면 좋아서 펄쩍 펄쩍 뛴다. 아무 꿍꿍이도 없이 먼저 사랑을 베푼다. 그들은 우유나 달걀에 비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주는 셈이다.



카네기는 책에서 개를 ‘세상에서 가장 친구를 잘 사귀는 이’라고 표현한다. 어디서든 환영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런 책을 들여다보는 대신 그들을 연구하는 게 낫다고 한다.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꿍꿍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먼저 좋아해 주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책에 나오는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 중 가장 어렵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딱히 큰 고민도 하지 않는 와이프는 늘 그렇게 행동한다.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너무 좋을 땐, 이상한 춤을 추기도 한다. 늘 아무런 꿍꿍이 없이 호의를 베푼다.



그렇다면 와이프는.. 개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술을 마시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카네기의 조언대로 책을 덮고 와이프를 연구하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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