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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an 31. 2024

뒷담화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험담하는 것도 에너지가 든다


Image by redgreystock on Freepik


험담의 장이 열리면 나는 늘 한 걸음 물러나 방청한다. 동조하지도, 그렇다고 옹호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대화의 화제가 바뀌길 기다린다.



왜인지 험담은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린다. 하물며 직접 하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내가 뒷담화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다름아닌 피곤해서이다. 험담하는 것도 분명 에너지가 든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참 동안 불만을 쏟아내고 나면 표정이 한결 개운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편해진다면, 뒷담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말이 가진 특성이다. 말은 마치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어떻게든 뒷담화의 주인공에게 날아가 닿고야 만다. 옛말 그대로, 발 없는 말이 정말로 천리를 간다.


뒷담화는 아이언맨 슈트처럼 주인에게 닿고야 만다


사실 분위기가 형성되면 나도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많다. 더러는 한 마디 보태기도 한다. 그리고 곧바로 실수했음을 깨닫는다. 속이 시원한 것은 잠깐이고, 결국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따라서 두 번째 이유는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세 번째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과연 나는 완벽한가?’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나야말로 결점 덩어리이다. 그렇다면 나라고 뒷담화의 대상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누가 누구를 욕하겠는가?



한편, 험담하는 줄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 정도는 뒷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면 스스로 묻는다. 이 얘기를 당사자 앞에서도 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그건 역시 뒷담화이다.



사실은 오늘 실수를 저질렀다.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한 마디 거들었다. 역시나 남는 건 후회뿐이다. 부디 성숙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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