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중반에 건물주가 된 선임 H
요즘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직장 선임 H이다. 골드미스인 그녀는 집 두 채를 소유했고, 최근에는 고향에 건물을 올려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진짜 부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퇴사 후 고향으로 내려갈 것을 당당히 밝혔다. 그녀는 사표를 내며, 실장님에게 잘못된 운영 방식에 대해서 요목조목 항의하기도 했다. 누구나 상상하지만, 아무도 실행하진 못했던 일이다. 그녀의 자신감은.. 혹시 건물에서 나오는 걸까?
선임 H가 공식적으로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제게 딱 하나의 금융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
뜬금없는 내 질문에 그녀는 '갑자기?'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내 대답했다.
"사람들은 투자하고 돈을 불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축이야. 나는 월급의 80%씩 저축했어."
맙소사. 80%를 저축하는 게 가능할까? 고정지출만 따져 보아도 80%를 저축하는 건 불가능했다. 나의 경우엔 월급의 절반 정도를 저금하는데, 이것마저도 벅찰 때가 있다. 숨만 쉬어도 돈 나가는 세상에서 80% 저축이라니? 혹시 그녀가 부풀려 말한 것은 아닐까?
뭐, 조금은 부풀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H의 생활을 지켜보면, 정말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 직원은 자주 나가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등 다양한 이유로 사 먹는다. 게다가 식후 커피는 필수이다. 그게 직장에서의 유일한 낙인지라 포기하긴 힘들다. 반면 H는 늘 도시락을 싸 온다. 주말에 한 번에 요리를 해놓고, 나누어 가져온다고 한다. 커피는 당연히 돈주고 사 마시지 않는다.
내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커피 하나도 포기 못 하면서, 거의 매일 밥을 사 먹으면서 80% 저축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부자가 될만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게 어불성설이었다.
중국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가장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떤 제안에도 안될 이유부터 찾는다는 것이다. 왜인지 뼈가 조금 아프다.
H의 이야기를 듣고 의지를 새로이 다졌지만, 역시나 잠깐 뿐이었다. 오늘도 동료들과 커피를 마셨다. 아 역시 아메리카노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