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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Feb 19. 2024

저, 금수저입니다만?


금수저, 은수저 그리고 흙수저.



처음엔 생소했지만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용어가 됐다. 알다시피 부모의 자산에 따라 어떤 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느냐 하는 비유법이다. 개인적으로 태생부터 계급을 나누는 듯하여 거부감이 들지만, 표현 자체는 재미있다.



그런데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나름 자산과 연 수입에 따라 기준이 정해져 있다. 금수저의 기준은 자산 20억 원 이상,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의 상위 1%라고 한다.



어떤 근거로 분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금수저다.



강남에서 태어났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내 집 마련에 성공했냐 하면, 아직은 없다.

가구 연 수입이 억대냐 하면, 역시나 아직 어림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금수저라고 말하는 데에는, 보다 인간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내게 금수저를 쥐여주셨다.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먹을거리는 떨어지지 않았고, 브랜드 옷만 입었으며, 갖고 싶은 건 대부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금수저가 아니면 무엇이 금수저일까?



다만, 안타깝게도 그 금수저는 가족 중 유일하게 내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엄마는 시장에서 저렴한 운동화를 사 신으면서, 발이 편해야 한다며 내겐 늘 비싼 운동화를 사주셨다. 나는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좋은 운동화를 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비로소 그 다짐을 지킬 수 있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참 오래도 걸렸다. 깐깐한 엄마는 몸이 아픈 와중에도 한참이나 신발을 신어보셨고 결국 마음에 쏙 드는 운동화를 찾았다. 천만다행이다.



딱히 비싼 신발도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어른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사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을진 몰라도, 아마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금수저를 드리긴 늦었으니, 금 지팡이라도 짚게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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