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진짜 이상하다. 집 방향으로 난 출구로 나가지 않는다.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며 굳이 반대쪽 출구로 나가서 다시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쪽에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그렇다.
그럴 수 있지. 상봉역 4번 출구가 계단이 많긴 하다. 근데, 그러고서는 왜 헬스장 가서 천국의 계단을 타는 걸까? 왜 스쿼트는 하고, 왜 레그 프레스는 하는 걸까? 천국이 가까이에 있는데, 왜 다른 데서 찾는 걸까?
그것 말고도 이상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자꾸 탈색해서 머릿결을 망쳐 놓고는 매일 트리트먼트를 준다. 그냥 냅두기만 해도 머릿결은 좋아질 텐데 왜 그러는 걸까?
또, 피부관리를 한다고 매일 로션인지 크림인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잔뜩 바른다. 여자들은 원래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피곤하다며 화장을 안 지우고 잔다. 진짜 왜 그러는 걸까? 그냥 잘 씻고 기초 관리만 해줘도 중간은 갈텐데.
한편으로는 조금 안쓰럽다. 와이프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외모 가꾸는 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일 그 귀찮은 일들을 해낸다. 싫어하는 일을 매일 한다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나는 잘 안다.
얼마 전엔 하도 피곤해하길래, 머리를 대신 말려주었다. 머리가 길어서 말리는 데 한참이 걸렸다. 3분이면 다 말리는 나와는 다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숏컷을 좋아하던 와이프는 나 때문에 머리를 길렀다. 머리 좀 매일 감으라고 타박했던 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래도 이상한 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