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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r 12. 2024

3년 만에 들어온 신입이 심상치 않다.



안면이 조금 익자, 신입은 내게 '선생님 하이~!'하고 아침 인사를 한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이..? 내가 많이 편한가..?’



무려 7살 차이이다. 내가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사수와 딱 7살 차이가 났다.

내가 그 사수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하이’라는 인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인사말이었다.



나는 MZ세대이다. 굳이 따지자면 밀레니얼(M) 세대에 속하지만, 사회는 고맙게도 다음 세대인 Z세대와 묶어 주었다.

우리가 사회에 진출하자, 많은 조직이 혼란을 겪었다.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이라며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MZ세대는 그들을 ‘꼰대’라며 응수했다. 그렇게 두 세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시간은 흘렀고, 다행히 두 세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찌저찌 함께 지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찐 Z세대를 후임으로 맞이할 시간이다.

비록 교육만 받고 다른 센터로 갈 직원이지만, 우리 팀에도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신입, 심상치가 않다.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신입 시절의 나와 달리, 그녀는 마냥 깨발랄하다.

SNL, 주현영

그녀를 보고 있으면 SNL의 주현영이 떠오른다. 주현영은 MZ세대의 말투를 흉내 내 큰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는 천재가 분명하다.

나는 늘 특이한 사람에게 끌린다. 그래서일까? 어차피 갈 사람이라 정은 붙이지 않으려 했건만, 조금씩 신입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관찰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녀도 이런 나의 호기심을 알았는지, 요즘은 자꾸 신조어를 가르쳐 준다. 배운 신조어 중 하나는 ‘뭔말알’이다. 신입은 나와 대화하는 중간중간에 ‘뭔말알?’하고 묻는다.

이는 ‘무슨 말인지 알지?’의 약어로 내가 본인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영어권에서 흔히 쓰는 You know what I'm saying? (무슨 말인지 알지?).

그녀가 가게 될 센터에는 악명 높은 팀장이 있다. 부디 그곳에서는 ‘뭔말알’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생존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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