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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r 07. 2024

세 부류의 사람들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0km라 마라톤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매일 혼자 뛰다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니 기분이 달랐다. 오랜만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참가자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즐기는 사람,

기록에 목숨 건 사람,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



즐기는 사람.

그들은 주로 누군가와 함께 뛴다. 가족 혹은 연인끼리 손잡고 뛰기도 한다. 그들은 기록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인다. 힘들면 쉬고, 사진도 찍으면서 축제를 즐긴다.



다음으로 목숨건 사람.

그들은 수시로 손목시계를 보며 페이스를 조절한다. 그들에게 오늘은 그동안의 노력을 테스트하는 날이다. 절대 멈추지 않고, 사력을 다해 뛴다.



마지막으로 어중간한 사람.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성과는 미미하다. 그렇다고 과정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속한 부류이다.

절반인 5km쯤 왔을 때,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할까 싶었다. 어쨌든 완주는 했다. 그런데 내 앞에 이미 200명이나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뛰었는데.



뛰어보니 알겠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이유를.



인생도 마찬가지로 세 부류로 나뉜다. 나는 여기서도 어중간한 부류에 속한다.



친구, 동료들이 퇴근하고 놀러 갈 때도 나는 늘 무언가를 해왔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이제는 그만둘 법도 하다.



다행히 내 멘탈은 생각보다 튼튼한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늘 미래가 궁금하고 설렌다. 그래서 뭐든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너무 앞선 사람에게만 집중한 것 같다.



반대로, 내 뒤엔 1,500여 명이나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번 대회에서 인생 기록을 세웠다. 13년 전 군인 시절보다도 잘 뛰었다.



인생과 마라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그 젊고 팔팔했던 21살의 나를 이겼는데 어째서 의기소침했을까?



서두르지 말자.

멀리 가려거든,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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