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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Apr 03. 2024

화성에서 온 고양이, 금성에서 온 강아지


나는 뭐든지 혼자서 해왔다. 그게 편하고 좋았다. 가끔은 개인주의라는 말도 듣지만, 사회적 이미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혼자가 좋은데 어떡하란 말인가?



그렇게 살아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과 적정 선을 유지한 채, 때로는 어울리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덕분에 인간관계는 깔끔했고, 스트레스는 적었다. 그 삶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결혼이었다.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를 훌쩍 지나, 굳어지고 심지어 고집까지 생긴 뒤 두 사람이 만났다. 그리고 '갑자기' 동거를 시작한다. 결혼에 연습은 없고, 적응할 새도 없다. 말 그대로 갑자기 함께 살게 된다.



'막상 합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처음엔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 갈등을 자주 빚었다. 이제서야 깨달았다. 함께 사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아주 오래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는 다른 행성에 왔다고 할 만큼 다르다는 내용이다. 그땐 그냥 재미로 읽었는데, 이제 보니 명작이다.



그런 걸 보면 결혼 생활의 어려움이 나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오죽하면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할까? 그런데 우리 부부의 경우엔 더 적절한 표현도 있다. 아내가 개라면, 나는 고양이다.



아내는 뭐든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성격이 무디다. 반면, 나는 예민하고 까칠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힘들다. 다 자란 개와 고양이가 같이 사려니까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는 바디 랭귀지가 달라 갈등을 겪는다. 예를 들어, 개는 꼬리를 흔들어 친근함을 표현하지만, 고양이는 이를 경계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갈등을 겪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많이 내는 이유



표현이야 어찌 됐든 우리는 그들보다 성숙하고 현명해야 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공격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화를 많이 낸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조금 슬퍼진다.



우리의 뇌는 나를 인식하는 부분과 타인을 인식하는 부분이 다르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를 인식하는 내측 전전두피질에 저장된다. 나 자신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 결과,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게 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사랑할수록 화가 많이 나도록 만들어진 뇌 구조라니, 이것은 결함일까, 신의 의도일까? 아니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함께 사는 것도 배워야 한다.



한편, 서로를 물고 할퀴던 개와 고양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 지낼 수 있다. 조금씩 서로의 언어와 행동을 학습하는 상호 적응 과정을 통해 갈등을 회피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개가 고양이가 되거나, 고양이가 개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배우자를 나처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알면서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기억하자.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려 5,600만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화성에서 지구까지 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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