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3자에게 보여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제품이나 식당 리뷰, 그리고 공감을 자아내는 에세이 등은 모두 독자가 있어야 쓴 의미가 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쓰는 글이 있다.
바로 내적 글쓰기이다. 내적 글쓰기란,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글을 의미한다. SNS나 출판 시장에서는 수요가 없을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가장 필요한 글쓰기 장르이다.
내적 글쓰기는 자신을 정돈하는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정보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칫하면 ‘내 생각’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수많은 정보의 파편이 순식간에 머리를 채워버리기 일쑤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와는 정반대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이성도 감성도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이다. 정작 필요할 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사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들어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집에서는 책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블로그에 다시 들어갔다. 나를 정돈하고 재정비하기 위해서.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요즘 도무지 집중이 안 되고 틈만 나면 멍때리게 된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진전은 없다. 막상 시간이 나면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단순히 봄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한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엉킨 실타래처럼,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오늘은 마구잡이로 일하는 대신, 펜을 잡고 앉아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그리고 급한 일과 덜 급한 일을 나누어 생각해 보자. 서두를 수록 실타래는 더 엉킬 테니, 천천히 풀어나가자.
별거 없어 보이는 이 내적 글쓰기를 통해, 나는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일정 관리를 전혀 안 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적 글쓰기가 나를 정돈하는 글쓰기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면에 집중하여 글로 쓰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꼭 어떤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글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빼앗긴 생각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니 가끔은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 나에 대한 글을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