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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뒷모습 사진이 많은 이유

by 멈가


내 사진첩에는 유독 아내의 뒷모습이 많다. 앞에선 잘 찍으려 하지 않고, 찍더라도 어색해한다. 그 바람에 나는 틈이 나면 뒷모습이라도 찍는다. 그렇게 하면 비록 표정은 알 수 없더라도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은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내겐 특별한 경험이 정말 많다. 평소엔 말이 없는 편이지만, 사진첩을 열면 하루 종일이라도 떠들 수 있다. 반면 아내는 어렸을 때 사진이 많이 없다.



하루는 내 사진들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넌 진짜 이것저것 많이 했네…. 난 뭐 했지?”



10년이나 20년 뒤쯤엔 뭘 했는지 알 수 있게 뒷모습이라도 많이 찍어 줘야겠다. 행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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