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리뷰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시인이라 소개된 이가 질문하고 손웅정이 대답한다. 그래서 표지에는 '누구누구 지음' 대신 ‘손웅정의 말’이라고 쓰여있다.
손웅정은 유소년 축구 코치이자,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다. 손흥민이 본격 성공 궤도를 달리자, 그가 책을 냈다. 서점에서 그의 첫 책을 보았을 때, 나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책을 들추어 보지도 않았다.
여전히 축구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읽기, 쓰기, 버리기. 모두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실제로 그는 전투적으로 읽고,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미련 없이 버린다.
열심히 필기한 책을 버리는 것이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손웅정은 이렇게 대답한다.
‘책을 산 건 난데 어느 순간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더라고요. 내 소중한 공간을 다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더라고요.‘
공감했다. 지금은 엄마 방이 된, 본가의 예전 내 방을 정리하며 가져온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내 방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언젠간 또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버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핵심을 제대로 흡수했다면 버리는 데 미련이 없어야 한다.
그는 격언을 자주 인용한다. 많은 격언이 그의 입을 통해 소개되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몰입과 버림에 관한 말이다.
‘몰입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면 단순함이거든요. 단순화시킬 수 없을 때까지 단순화시키라고, 이 단순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결국 버림이거든요. 이 버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을 때까지 단순화하는 것. 그의 원칙 중 하나이다. 계절마다 옷 두 벌씩만 소유하고, 수시로 청소하며 비운다. 비싼 물건이라도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건 과감하게 버린다.
손웅정 코치의 삶에 비하면 내 일상은 너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패턴도, 머릿속도 너무 복잡하다. 청소부터 제대로 해야 하나 싶다.
아, 책을 덮을 땐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아들의 성공에 올라타, 기회를 잡은 사람이 아니다. 호랑이는 고양이 새끼를 낳지 않는 법이다. 손흥민은 그냥 탄생한 게 아니었다. 조금은 고집스럽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독보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