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책 리뷰
이 책은 글쓰기 책이면서 글쓰기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저자인 다나카 히로노부는 서두에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의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글쓰기를 위한 발상법을 보여주려고 한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렇게 끝맺는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웹이나 SNS에서 인기를 끌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무척이나 재미있고, 알기 쉬운 글을 간단하게 쓰는 방법. 그것은 짧게 말하면 이렇다.
"그딴 건 없어."
특이한 책이다. 아마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렇다. 일본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가 돋보인다. 내겐 괜찮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책의 목차는 육하원칙을 따른다. 1강 무엇을 쓸 것인가. 2강 누구에게 쓸 것인가. 3강 어떻게 쓸 것인가. 4강 왜 글을 쓰는가. 그리고 글을 마치며 나머지 '언제 쓸까'와 '어디서 쓸까'를 약간 욱여넣었다.
저자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글의 타깃 따위를 미리 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의아했다. 보통은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글 쓰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동안 타깃을 어느 정도는 상정하고 썼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초년생을 타깃으로 여러 편의 에세이를 썼다.
그러나 저자 다나카 히로노부는 타깃을 정하고 쓰는 대신, 자신을 납득시키라고 한다. 그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읽어서 재미없다면 쓰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이 간단한 메시지를 한 권 분량으로 만드느라고 고생했을 것 같다.
추천하기에는 애매하다. 가볍게 읽기 좋은 글쓰기 책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용이 다소 단출하다. 앞표지에 '아마존 재팬 종합 베스트 1위'라고 자랑스럽게 적혀있는데, 그 정도인지는…. 흠, 잘 모르겠다.
아, 그래도 한 가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자료 조사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그동안 글이라면 작가 생각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내 생각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에 자료 조사는 최소한으로만 했다.
그런데 다나카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라며,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완성된 글에서 작가의 생각이 1%여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 1%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99%의 자료조사가 필요하다고.
과연 얼마만큼이나 받아들일지는 내 몫이겠지만, 너무 내 생각만을 담으려는 부담은 덜어도 될듯하다. 그의 말대로 팩트는 분명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