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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y 30. 2023

동물실험 전공자가 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되살아난 죄책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포스터


약 6년 전, 동물 실험에 대한 환멸을 느끼곤 퇴사했다. 현직 종사자는 아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는 내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제는 거의 잊어가던 죄책감을 다시금 느꼈기 때문이다.


예고편에서도 알 수 있듯, 가오갤3에서는 죽어가는 로켓을 살리기 위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사투를 다룬다. 의식을 잃어가는 로켓의 과거 회상씬이 특히 가슴 아팠다. 평범했던 너구리가 실험을 통해 이성과 지성을 갖게 되는 과정. 그동안 어렴풋이 알았던 로켓의 과거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로켓의 성장과정에선 슬픔을, 그를 구하기 위해 펼쳐지는 전투 씬에선 흥분을, 그리고 마지막엔 감동까지. 이렇게 가오갤 3은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가족사진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동물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니 실험동물 전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동물 실험을 배우게 되었다. 실험실에 취업하여, 채혈과 투여를 연습하던 초년생 시절이 생생하다.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도 힘들었지만,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죄책감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 어느 순간부터 기계처럼 동물을 다루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동물 실험실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실험을 한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명목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은 인류의 번영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동물 실험 종사자들이 극악무도하지는 않다. 오히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 당시에 집에서는 애완용 햄스터를 길렀다. 수십 마리의 실험 쥐를 죽이고 돌아와서는, 죄를 조금이라도 씻으려는 듯, 햄스터를 아끼고 또 아꼈다.


잘 지내고 있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동물실험은 아직 필요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게 낫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적어도 불필요한 희생은 줄 테니 말이다.


어제 영화를 보았는데,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는다. 일하면서도 자꾸만 떠올랐다. 그러면서 '만약 아직까지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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