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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로 걷다 생각난 불안을 없애는 방법

자유는 불안은 동반한다

by 멈가

가끔 노팬티로 거리를 활보한다. 아, 변태는 아니다. 속옷까지 푹 젖을 정도로 운동하는 날이 있어, 헬스장에 갈 땐 항상 속옷을 챙겨간다. 문제는 가끔 깜빡하고 안 가져간다는 것. 샤워까지 하고 다시 젖은 속옷을 입긴 싫어서 가끔 노팬티로 집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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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옥죄이는 속옷을 안 입으면,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ㄲㅊ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맘은 불편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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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불안을 없애려면 속옷을 입는 수밖에 없다. 물론 밖에서 주섬주섬 꺼내어 다시 입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 ​지인들이 내게 자주 묻는 것이 있다. 어떻게 늘 평온할 수가 있냐고. 불안하지 않고, 항상 평온을 유지하는 방법은 ‘항상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말이다. ​​


생각해 보자. ​싱크대에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다. 귀찮아서 일단은 쉬려 한다. 그런데 언젠가 해야 하는 설거지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이럴 땐 그냥 설거지하고 쉬자는 얘기이다. 설거지를 먼저 하고 쉬나, 쉬었다 설거지를 하나, 순서의 차이뿐이다. 하지만 쉼의 밀도는 다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시로, 공부나 독서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하자. 당연히 하기 싫을 것이다. ‘정각에 시작해야지’ 다짐한다. 그런데 계속 시계를 보게 되고,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땐, 일단 책상에 앉아보자. 책이라도 펼쳐 놓자. 뭐라도 좀 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의외로 할만하다. 스트레스는 보통 시작하기 전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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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항상 불안을 동반한다. 그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팬티를 입는 것이다. 막상 입어보면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그런데 간혹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어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맘 편히 잘 쉰다. ​​그런 사람에게는.. 사실 내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그냥 노팬티의 자유를 만끽해도 된다. 생각해 보니 그런 삶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사실 이건 와이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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