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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y 20. 2023

매일 출근길 마주치던 공시생의 반전

첫인상의 중요성

 출근길에 자주 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대부분 나와 같은 직장인일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지하철 칸을 이용하다 보니 마주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남자가 있다. 신림역에서 같이 타고, 역삼역에서 같이 내린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매일 같은 옷차림이다. 무릎 나온 회색 츄리닝 바지에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몸에 비해 작은 검은색 백팩을 메고 있다. 직장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추레한 복장이다. 나는 그가 나이 많은 공시생이라고 단정 지었다.


 하루는 회사 동료들과 점심 외식을 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에 괜찮은 초밥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그런데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출근길 매일 마주치던 그 남자가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늘 봐오던 후줄근함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새하얀 셰프복을 차려입고 초밥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정갈해 보였다. 나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그에 대한 내 추측이 틀려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의 사고가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정확성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드리스 샤흐의 격언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생각의 비밀>에 나온 김승호 회장님의 한 일화가 생각난다. 순재산 4천억이라 알려진 그는 종종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 방문한다고 한다. 매장 직원들은 그를 무시하기도, 존중을 보이기도 했다. 행색을 보고는 구경만 하고 갈지, 구매할 고객일지 판단하는 직원이 참 우매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보니 나라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은 아니었다.


 자,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 나의 '바른 자아'가 느낀 점이었다. 내 내면엔 바른 자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자아도 있으니, 그 녀석이 느낀 바는 조금 다르다. 앞서 얘기한 이드리스 샤흐의 격언엔 두 가지 메시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앞 문장에 있다. 바로 '첫인상은 분명 중요하다'는 것. 그 남자는 늘 피곤에 찌든 얼굴로 빈자리만 노리다가 잽싸게 달려가 앉는데, 솔직히 그런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셰프였든 뭐였든 그의 첫인상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그로 인해 나의 사고가 치우쳐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같다. 편협함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첫인상이 중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편협한 우리는 타인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외모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기억된다.


 많은 연구에서 말쑥한 옷차림이 성공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옷차림'을 분석하기도 한다. 늘 차려입을 필요는 없지만 깔끔하게 입는 것이 좋다. 옷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단인 셈이다. 고급 상품일수록 포장에도 신경 쓰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확성은

신뢰할 수 없지만,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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