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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y 16. 2023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번뇌가 크다

이슬아 작가의 가치관

아무튼 출근, 이슬아 작가 편



진행자의 질문에 이슬아 작가가 대답했다.

“누구나 그렇잖아요.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번뇌가 크잖아요.”


글 쓰는 게 좋아 작가가 된, 글 쓰는 것이 천직처럼 보이던 그녀에게도 글쓰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역시 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어 그녀가 한 말이 인상 깊다.

“그래도 다른 일을 하면서 괴로운 것보다는, 글쓰기를 하면서 괴로운 게 덜 괴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직장인 3년 차가 고비라고 했던가. 진리는 아닐지라도, 내게는 꼭 맞는 말이었다. 매일 6시 30분 출근, 반복되는 업무 그리고 잦은 주말 근무. 신입 때는 잘 보이기 위해 딱히 불만 없이 해왔다. 그런데 3년을 거의 채워갈 무렵엔 머리가 조금은 컸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점점 짧은 주기로 나를 덮쳐왔다.


 “나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긍정 확언을 쓴다. 목표를 이미 이룬 것처럼 생각하고 노트에 적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세뇌인데,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한다길래 따라 하는 중이다. 그중 두 번째 항목이 바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 그만큼 흥미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은 내게 몹시 중요하다. 평생 가슴이 시키는 선택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지금도 그 신념을 지키고 있는 걸까?


 일을 할 때면 머리가 자주 아프다. 오래 집중하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주로 두통이 찾아온다. 배아를 다루는 작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은 손짓 한 번, 호흡 한 번으로 배아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실은 늘 긴장감이 서려 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늘 타이레놀을 가지고 다닌다. 물과 함께 약 한 알을 삼킬 때면 혹시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던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과거,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했던 다른 길은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어서, 평소 관심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의 가치관이 참 인상 깊었다.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힘들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고통스러운 것보다는 낫다.' 그 문장이 오후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답은 늘 흑이나 백이 아닌, 회색 어디쯤 있지 않던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며, 꿈꾸던 일을 못 한다 한들 늘 불행한 것도 아닐 것이다.


 취업했을 때 쓴 일기를 보면 잔뜩 신이 나 있다. 난임부부에게 아이를 안겨준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돌이켜보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한때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다. 그러니 아직 지치지 말자. 그 어떤 일도 업이 되면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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