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멈가 Jun 02. 2023

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이유


“선생님, 왜 맨날 이렇게 일찍 오세요?”


 직장 선임이 내게 물었다. 30분이나 일찍 출근했는데, 이미 내가 앉아 있는 걸 보고 놀라 물은 것이다.


 나는 원래도 말이 없는 편인데, 특히나 아침에는 말할 힘이 없어서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일찍 오는 게 편해서요."


 왜 이렇게 일찍 오냐, 참 자주 듣는 질문이다. 현재 연구실에 입사한 후 3년간 30분에서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사실 그건 내 자부심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왔다는 그 뿌듯함은 중독성이 은근히 강하다. 만약 누가 나보다 먼저 와 있다면,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낀다. 일종의 병인가 보다.


 물론 그 뿌듯함 하나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한 번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걸까?'

일하는 동안 그 질문이 수시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퇴근 후 글로 써보기로 했다. 매일 일찍 출근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성실해서이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내 주변에서 나보다 성실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성실함은 타고난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살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이유가 있다.


 나는 원래 일머리가 좋지 못하다. 센스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무능한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부족한 역량을 주로 몸으로 때운다. 그러니까, 나의 성실함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달한 성향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와 비슷하다. 나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업무 모드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미리 출근하여 천천히 예열하는 것이다. 쓰다 보니 '머리가 참 나쁘구나' 세삼 다시 느끼게 된다.


 세 번째 이유는 스스로도 의외인데, 그냥 좋아서이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의 적막함을 나는 좋아한다. 그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원생 시절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자격증과 어학 점수를 취득하기도 했다. 때로는 독서하기도 하고, 그날의  할 일을 미리 끝내놓기도 한다.






 지금 보니, 이른 아침은 하루 중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가끔 누군가 내게 ‘원래 아침 잠이 없는 거 아니냐’ 묻기도 한다. 단언컨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려면, 당연히 일찍 자야한다. 그런데 일찍 자는 것은 뭔가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면 잠드는 것이 아깝지 않다.


 삶이 삐걱거린다면, 늘 여유가 없고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 든다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출근(등교)해 보길 추천한다. 몸에 배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면, 하루가 쉬워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물실험 전공자가 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